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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구] 일족즉발의 휴화산, 주택시장 :: 2009/05/07 15:38

주택문제 해결을 가장 어렵게 만드는 요인은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는 ‘부동산 불패 신화’입니다. 신화는 믿음을 낳고, 자기실현적 예측(self-fulfilling prophecy)의 성격을 갖는 이 믿음은 다시 현실로 바뀝니다. 즉 부동산 불패 신화는 바로 현실 그 자체라는 말입니다. 이 신화가 깨지지 않는 데는 역대 정부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 주택가격이 조금만 떨어지는 기색을 보여도 온갖 부양책을 동원해 다시 올려놓으려고 기를 썼으니까요.
그동안 돈이 많이 풀리거나 금리가 낮아지면 거의 예외 없이 투기바람이 불어 닥쳤습니다. 이에 따라 주택가격 폭등이 주기적으로 반복되어 왔습니다. 그런데도 이를 막지 못한 것은 투기적 수요를 억제할 장치가 미비했기 때문입니다. 경제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들은 거의 한입으로 주택공급 확대가 유일한 해법이라고 주장해왔습니다. 이런 분위기로 인해 투기적 수요를 억제하는 장치에 대한 관심은 뒷전으로 밀려버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떤 상품의 가격이 수요와 공급의 상호작용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은 상식 중의 상식입니다. 그리고 가격의 단기 폭등을 가져오는 것은 수요측 요인일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주택처럼 공급량의 조절에 긴 시간이 걸리는 경우는 더욱 그렇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의 경제전문가들은 주택가격 폭등의 원인을 공급 부족에서만 찾으려 드는지 이해가 안 갑니다. 그들은 도대체 어떤 근거에서 수요 억제책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을까요?
이런 현실에 대한 답답함이 <주택가격 폭등의 진실, 그리고 해법>을 쓰게 만들었습니다. 주택에 대한 투기적 수요가 문제의 핵심이라는 것이 의심의 여지없는 사실임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이 자명한 사실을 부정하려 들었기 때문에 주택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는 점을 밝히고 싶었습니다. 저는 왜 경제전문가들이 그렇게 분명한 진실을 애써 외면해왔는지 아직도 그 이유를 잘 모르고 있습니다.
이 글 역시 기존의 통념에 대한 반론의 성격을 갖기 때문에 때때로 매우 신랄한 어조를 띠고 있습니다. 잘못된 믿음이 워낙 강력하게 뿌리박고 있어 웬만한 강도의 반론으로는 꿈쩍도 하지 않을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골리앗처럼 버티고 있는 잘못된 믿음을 허물어뜨리려면 통렬한 돌팔매가 필요할 것 같았습니다. 그 글을 쓸 때의 제 심정을 이해해주십사 부탁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 글을 쓸 때만 하더라도 집값이 하루가 다르게 뛰어오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상승세에 갑자기 제동이 걸렸습니다. 바로 얼마 전까지 부글거리던 주택시장이 몇 달 새 갑자기 얼어붙은 이유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문제의 핵심이 공급측면에 있다는 기존의 통념과 수요측면에 있다는 제 진단 중 어느 쪽이 더 진실에 가까운지를 가려낼 좋은 기회를 맞게 되었습니다.
당시의 상황은 절대적으로 제 진단이 옳았음을 입증해주고 있었습니다. 몇 달이라는 짧은 기간에 주택공급이 늘었으면 얼마나 늘었겠습니까? 그러니까 공급의 증가가 주택가격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지요. 종합부동산세를 위시해 참여정부 말기에 도입된 여러 가지 주택 투기 억제책이 효과를 발휘했기 때문이라는 데 한 점 의심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저는 기존의 통념, 즉 주택공급 확대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이 상황을 과연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런 분명한 증거를 보고서도 잘못된 믿음에 대해 전혀 회의를 느끼지 않는지 알고 싶었던 것입니다. <위기는 곧 기회다>는 그들에게 할 말이 있으면 해보라는 도전장의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저는 그 후 어디서도 그들의 그럴듯한 반론을 들어본 적도 읽어본 적도 없습니다.
당시의 상황에서 저는 한 가지 긍정적 의미를 읽어낼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주택에 대한 투기적 수요를 확실하게 꺾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음을 자각했다는 점입니다. 그렇게 하려는 의지만이 문제일 뿐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된 것은 값진 수확이었습니다. 이제 남은 과제는 그런 방법을 써서 주택가격을 안정시키는 것이 바람직한지의 여부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일뿐입니다.
참여정부 시절에 도입되었던 일련의 주택 관련 규제가 너무 과격했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저도 그 지적에 대해 별 이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점을 빌미로 삼아 투기 억제책 그 자체의 무력화를 시도하는 세력에 있었습니다. 그들의 교묘하고 집요한 공격은 꼭 필요한 규제까지도 예외를 두지 않았습니다. 저는 곧 있을 대통령 선거를 계기로 그 세력이 모든 일을 독단하게 되리라는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이 글에 그 두려움이 드러나 있는 것을 쉽게 읽어내실 수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여러분도 잘 알다시피 그때의 제 두려움은 결코 기우가 아니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새로 들어선 이명박 정부는 거침없이 주택 관련 규제들을 허물어뜨리기 시작했습니다. 얼어붙은 주택시장을 녹여야 한다는 명분까지 얻었으니 더욱 거칠 게 없었지요. 그렇지만 당장 급하다고 꼭 필요한 규제까지 모두 풀어놓으면 나중에 큰 어려움이 닥쳐올 수 있습니다. 얼마 후 다시 주택 투기의 바람이 휘몰아칠 텐데, 속수무책으로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할 형편입니다. 바로 이런 걱정에서 <불씨 살린다고 휘발유 퍼붓나?>를 쓰게 되었습니다.
정책을 담당하는 사람은 먼 앞날을 내다봐야 합니다. 아무리 상황이 급하다 해도 풀어야 할 규제와 풀지 말아야 할 규제를 엄격하게 구분하는 침착성을 발휘해야 합니다. 얼마 되지 않아 후회할 일을 해서는 안 되니까요.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최후의 안전장치마저 뽑아버리려 하는 정부를 보며 걱정스러운 마음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이준구] <경제학 원론>의 저자 이준구 교수가 쓴 첫 경제 시론집 :: 2009/04/14 18:02

26년 동안 강단을 지키며 교육과 연구에 전념하며 그 밖의 활동과 거리를 유지해온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뜨거운 이슈인 대운하사업, 종합부동산세 개편, 한미 FTA, 주택정책, 경기부양책, 교육개혁 등을 날카롭게 통찰하고 있습니다.
경제는 오른쪽이 아니라 옳은 쪽을 향해야 한다!!!
뉴딜은 토목공사가 아니라 진보적 사회정책이다
뉴딜정책의 구체적 내용을 보면 이 정부가 싫어할 만한 것들로 꽉 채워져 있다. 연방정부의 개입 범위를 획기적으로 넓히고 노동조합의 활동을 보장하며, 주식시장과 금융시장에 대한 규제를 새로 도입하는 등 신자유주의적 관점에서 보면 명백한 퇴보라고 평가될 만한 프로그램들로 가득 차 있었던 것이다.
주택문제는 더 짓는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단기적으로는 집을 많이 짓는다고 해서 주택가격이 안정되지 않는다. 단기적으로 볼 때 주택가격 안정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것은 매물로 내놓는 집의 양의 증가다. 그렇기 때문에 주택가격 안정이란 관점에서 보면 매물로 나오는 주택의 양을 늘리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종부세는 공평과세에도 유리하다
우리의 현실에서는 공평한 과세라는 측면에서 종부세 같은 재산 과세가 갖는 장점이 특히 두드러진다. 최근 다시 문제가 된 바 있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고소득층의 탈세가 유달리 심하게 일어나고 있다. 소득의 정확한 파악이 힘들다는 사실을 악용하기 때문인데, 종부세는 이와 같은 소득세의 문제점을 훌륭하게 보완해줄 수 있다. 소득을 감추기는 쉬워도 부동산을 갖고 있는 것을 감추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공평성은 조세의 원칙 중 원칙이다
바람직한 조세제도가 가져야 할 성격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을 때 모든 경제학자가 한 입이 되어 말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조세부담의 공평한 분배’다. 조세부담이 공평하게 나눠지지 않는 한 어느 누구도 기쁜 마음으로 세금을 내지 않는다. 과거의 역사를 보면 공평하지 못한 조세부담이 왕조의 몰락을 가져온 숱한 사례들을 볼 수 있다. 조세부담의 공평한 분배가 그만큼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말이다.
누구를 위하여 종부세를 없애려는가
종부세가 재산세로 통합되는 순간 누진적 과세는 불가능해진다. 주택을 세 채, 네 채씩 갖고 있는 사람에게 무거운 세금을 매길 수 있는 길이 없어진다는 말이다. 정부에서는 재산세율을 누진적으로 만들 뜻을 내비치고 있지만, 이것은 고도의 기만전략이다. 재산세율을 아무리 누진적으로 만든다 해도 전국 각지에 여러 채의 주택을 가진 사람들에게 무거운 세금 부담을 안길 방법은 없다. 재산세는 각 지방차지단체가 독자적으로 부과, 징수하는 세금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감시와 통제는 시장을 위해서 필요하다
이번 금융위기에서 한 줄기 위안을 찾을 수 있다면, 시장근본주의의 폭주에 제동을 걸 기회를 갖게 되었다는 점이다. 정부를 몰아내고 그 자리에 시장을 갖다 앉히면 그게 바로 개혁이라는 맹목적 논리는 이제 설 자리를 잃게 되었다. 시장의 자율 못지않게 시장에 대한 적절한 감시와 통제도 중요하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대학입시를 어떻게 바꿔도 사회적 이득은 없다
고교등급제와 관련한 상황은 완벽한 영합게임의 성격을 갖는다. 따라서 높은 등급을 받게 될 학교의 학생들이 받는 이득은 상대적으로 낮은 등급을 받게 될 학생들이 받는 손실로 완전히 상쇄되기 마련이다. 대학은 좀 더 능력 있는 학생을 선발할 수 있다고 좋아하겠지만, 사회 전체의 관점에서 본 이득은 바로 0 그 자체다. 현 상황에서 B대학에 갈 학생을 고교등급제를 채택해 A대학에 배정함으로써 우리 사회에 과연 어떤 이득이 오게 될까?
영어 공교육 강화는 기회비용이 너무 크다
영어수업 시간을 더 늘리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지의 여부는 그렇게 함으로써 희생해야 하는 것들의 가치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만약 국어, 산수, 음악수업 시간을 영어수업 시간으로 대체함으로써 학생들이 더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다. 그러나 새 정부가 말하고 있는 영어 공교육 강화방안에는 그와 같은 고려를 한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다. 영어교육을 많이 받을수록 더 좋은 것처럼 얘기되고 있는데, 그와 같은 논리는 시간의 기회비용이 0이라는 비현실적인 가정하에서만 정당화될 수 있다.
한미 FTA는 체결하는 쪽이 이득이다
대부분의 예측은 한미 FTA가 가져오는 이득이 손해보다 더 크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고 있다. 사실 이것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결과인데, 무역을 자유화함으로써 생기는 손실이 이득보다 더 크다는 결과가 나오기는 본질상 어려운 점이 있기 때문이다. 한미 FTA에 반대하는 입장에 서 있는 사람이라 해도 이 결론을 뒤집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협정 체결로 인해 어려움이 예상되는 부문, 특히 농업에 대한 적절한 대책이 마련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한미 FTA를 반대해야 할 분명한 이유는 찾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방어적 수단으로서도 한미 FTA는 불가피하다
한미 FTA를 하는 경우의 이득이 별로 크지 않다 해서 하지 않는 경우의 손실 역시 작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이득을 얻는다는 적극적인 입장이 아니라, 손해를 줄인다는 소극적인 입장에서 볼 때도 한미 FTA에는 어느 정도 불가피한 점이 있다.
삼겹살에도 비만세를 부과해야 할까?
국민이 건전하지 못한 행동을 한다 해서 정부가 간섭하기 시작한다면 과연 어디까지 가야 할까? 비만을 일으키는 음식이 햄버거, 핫도그, 콜라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갈비도 비만의 원인이 될 수 있고, 삼겹살과 소주도 비만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심지어는 밥과 빵도 너무 많이 먹으면 비만을 일으킬 수 있다. 정부가 삼겹살에 세금을 매기고 국민이 먹는 밥의 양까지 지켜보고 있어야 하느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우리나라가 ‘부자를 괴롭히는 나라’라고?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는 오히려 부자들이 살기 좋은 편에 속한다. 우리 사회에는 부자에 대한 증오범죄라는 것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강절도 범죄의 피해자는 부유층보다 빈곤층에서 더 많이 볼 수 있다. 세금만 하더라도 우리는 부유층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가벼운 편이다. 또한 집과 땅만 사놓으면 돈을 버니 부자가 재산 불리기에도 너무나 좋은 나라다.
8년으로 충분하다!
양극화 문제는 날로 심각한 양상을 띠어가고 있는데,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부자 편들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부자를 더 부유하게 만들어 주어야 경제가 빠르게 성장한다는 것은 구시대의 낡은 패러다임입니다. 이 패러다임에 기초를 둔 레이거노믹스는 초라한 성적표를 남기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레이거노믹스의 잔광을 되살리려 안간힘을 쓴 부시 행정부는 미국 국민을 불행의 구덩이로 몰아넣고 말았습니다. “8년으로 충분하다”(Eight is enough.)라는 구호가 왜 한 순간에 미국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요?
* 이준구 교수가 독자에게 전하는 글을 푸른숲 블로그에 7회에 걸쳐 업데이트 할 예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