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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교양] 고마워요 철학부인 :: 2010/06/15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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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누구입니까,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그럴 때마다 나는, 철학에게 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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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상드르 졸리앙 지음 | 윤미연 옮김 | 288쪽
도서출판 푸른숲 | 편집_  문학교양팀  이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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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기 전에 8
철학 부인에게 12
나는 누구입니까 27
행복은 어디에 있습니까 69
희망이 없으면 두려움도 없습니다 123
우리는 살아 있기 때문에 죽습니다 165
우리는 자유롭게 태어난 게 아니라 의지로 자유로워집니다 199
운명에 자신을 내맡기는 것, 그것은 굴복이 아닙니다 245
나의 수신자들에 대한 간단한 정보 269
옮긴이의 글 275
주석 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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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그러운 여인의 모습으로 형상화한 철학, 그리고 자신을 변화시키고 길러준 철학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풀어 쓴 독특한 철학 에세이 《고마워요, 철학 부인》이 도서출판 푸른숲에서 출간되었다. “자기의 건축―철학을 이용하는 한 방법”이라는 원제처럼 이 책은 장애를 운명으로 여기며 저자 알렉상드르 졸리앙(Alexandre Jollien)이 자기를 부정하고 세상을 외면하던 저자가 철학을 통해 어떻게, 얼마나 달라지게 되었는지를 드러내 보여주는 철학 에세이다. 1975년생으로 서른둘의 나이에 이 책을 쓴 저자는 자신의 삶과 맞닿은 깊은 철학적 성찰을 편지 형식으로 한껏 드러내면서 우리에게 철학적 재미와 동시에 우리 역시 현실을 곰곰 돌아볼 기회를 제공한다.

5세기 로마 출신의 철학자 보에티우스는 억울하게 감옥에 갇힌다. 박학다식과 유능함으로 왕의 고문 자리까지 올랐지만 그의 능력을 질시한 이들에게 기회주의자로 몰려 반역죄의 누명을 쓰게 된 것이다. 감옥에서 그는 《철학의 위안》을 쓴다. 철학 부인이 그를 면회하러 찾아와 철학자들이 만든 치료제들을 그에게 상기시켜주고 철학 부인과 내면의 대화를 시작한다는 내용이다.
《고마워요, 철학 부인》은 이와 비슷하게 편지의 형식에 자신의 철학 여정을 담은 책이다. 편지의 수신자는 지은이가 너무나도 많은 빚을 졌다고 말하는 철학 부인과 ‘성가신 애인들’, 그리고 저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변화시키고 길러준 철학자들이다. 즉 프랑스어에서 여성 명사인 철학(la philosophie), 공포(la frayeur), 죽음(la mort)을 의인화하여 그들에게, 또한 철학자 보에티우스, 에피쿠로스, 쇼펜하우어, 에라스무스, 스피노자, 에티 힐레숨에게 편지를 쓴 것이다.

알렉상드르 졸리앙의 《고마워요, 철학 부인》은 우리에게 극복하려 발버둥치기보다는 받아들이고 내려놓을 줄 아는 용기를 얻은 한 인간의 소박하고 뜨거운 고백으로써 감동을 선사한다. 또한 그를 구축한 철학자들을 통해 철학이 난해하고 근엄한 현학의 세계가 아니라 내 삶을 보듬는 위안이 될 수 있음을 발견하게 해준다. 이 책은 졸리앙과 함께 떠나는 철학 여정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고 질문하여 지혜를 구하는 삶의 아름다움, 즉 철학과 철학하는 삶의 매력으로 인도하는 담백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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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과거의 무게, 죄의식, 두려움, 일상의 속박들 때문에 자유롭게 앞을 향해 나아가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나의 이러한 무능함 때문에 나는 철학이 나에게 무엇을 가져다주는지, 철학이 내 눈앞에 보여주는 것이 어떤 것들인지 계속 자문하고 자세히 검토해보려는 것입니다. (8~9쪽)

내 생각으로는 철학자의 저서를 읽는 것은 자기 자신을 변화시키고 지혜를 일깨우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는 어떤 책을 펼칩니다. 그러면 어떤 목소리가 나에게 자신의 가르침을 들려줍니다. 나는 독자 여러분에게도 이 내밀한 대화를 체험하게 해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나의 안내인들과 함께 밟아나가는 여정을 담은 이 편지글을 쓴 것입니다. (10쪽)

나는 종종 이렇게 자문했습니다. “행복해지기 위해 내게 필요한 건 무엇일까?” 하지만 당신은 온화하면서도 인내심 있게 나의 관점을 이렇게 바꾸어놓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지금 여기서 행복해질까? 이제 멀리 있는 행복을 좇으려는 욕망을 과감히 버리고, 행복이 주어지는 그곳에서 현재의 행복을 음미하며 즐겨야 하지 않을까?” 우리에게 아주 유리한 패는 바로 선(善), 즉 행복에 다다르기는 아주 쉽다는 것입니다. (에피쿠로스에게_70쪽)

하지만 나의 선택들이 내가 모르는 많은 요인들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 그것은 분명 포기와는 다른 것입니다. 오히려 반대로, 내가 완전히 변화할 수 없다 하더라도 내 욕망들이 자유로운 기쁨을 향해 나아가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역설적으로 당신이 현실과 완벽함을 동일한 것으로 이해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나는 당신의 《에티카》를 대충 부분적으로 읽음으로써 나도 모르게 빠져들었을지도 모를 위험한 숙명론을 버릴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나는 그런 잘못된 독서법으로 자기만족과 오만을 정당화시킬 수 있는 논거들을 만들어내기까지 했을지도 모릅니다. “나는 존재한다, 그러므로 나는 완벽하다……”라는 식으로 말입니다. (스피노자에게_212쪽)

나의 스승 중 한 분인 스피노자는 소박한 삶을 살다가 숨을 거두었다. 나는 그가 종종 나에게 이렇게 말하는 소리를 듣는다. “자유로운 사람은 결코 죽음을 생각하지 않으며 죽음보다 삶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생각한다.” […] 스피노자는 내가 너를 생각할 때 나를 괴롭히는 현기증 나는 불안을 더 이상 피하지 말라고 권한다. 그는 인생을 그 자체로 사랑하는 법, 네가 불어넣는 공포 때문이 아니라 사랑을 위한 사랑으로 즐겁게 존재하는 법을 가르친다. 그는 나에게 이렇게 명확하게 설명해준다. “환자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자기가 싫어하는 것들을 억지로 먹는다. 그러나 건강한 사람은 먹는 것에서 즐거움을 느끼며, 죽음을 두려워하여 애써 피하고 싶어 하는 사람보다 삶을 더 잘 향유한다.” 스피노자 덕분에 나는 나의 삶 속에서 너에게 더 정당한 자리를 주려고 노력할 수 있다. (죽음에게_1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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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 알렉상드르 졸리앙(Alexandre Jollien)
1975년 스위스 사비에스에서 태어났다. 스위스 프리부르 문과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였고 더블린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고대그리스어를 배우면서 본격적으로 철학과 저술 활동에 전념하기 시작했다. 그의 첫 책 《약자의 찬가》는 몽티용 문학철학 상과 아카데미 프랑세즈가 지원하는 문학창작 부문 몽타르 상을 수상했으며, 2002년 출간된 《인간이라는 직업》 역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탯줄이 목에 감겨 질식사 직전에 기적적으로 태어났지만 후유증으로 뇌성마비를 가지게 되었다. 그로 인해 불편과 고통, 난관에 수없이 부딪히고, 내면에 잠자고 있는 인식에 대한 강렬한 갈증을 해소하지 못한 그는 철학에 빠졌다. 졸리앙에게 철학은 ‘philein(사랑하다)’과 ‘sophia(지혜)’, 즉 ‘사랑이 담긴 겸허함’이다. 그는 철학자란 지혜를 아직 소유하지 못했기 때문에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 역시 고통을 덜고 구원을 얻는 방법으로서 철학을 만나지만, 철학이 불행을 덮어 가리는 유약이 아니라 세상을 생각하고 이해하고 깊이 연구하는 한 방법임을 깨닫게 되었다.

옮긴이 | 윤미연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대학교 불어불문학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랑스 캉 대학에서 공부했다.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가면을 쓴 과학》 《콜럼버스는 아메리카를 발견하지 못했다》 《나의 라디오 아들》 《첫 번째 부인》 《홍당무》 《구해줘》 《피카소》 《뒤피》 《장미》 《옥소도시》 《자연은 살아 있다》 《제2의 순수》 《초록색 정원에서 보내온 편지》 《불타는 세계》 《사랑을 막을 수는 없다》 《마지막 숨결》 《라디오 국어 사용자쇼》 《우리는 함께 늙어갈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동물원》 《어느 완벽한 2개 의 죽음》 《스튜디오 필로》 등이 있다.

2010/06/15 16:45 2010/06/15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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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에세이] 내비 없이 고고씽 :: 2010/01/27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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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비게이션을 떼다 버렸습니다. 처음 차를 살 때 공짜로 얻은 것이니 요즘 것처럼 화면이 크지도 않고 TV가 나오지도 않는, 길 안내 기능에만 충실한 녀석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녀석이 그 기능을 충실하게 해내지 못한 것이 이 녀석을 떼어버리게 된 첫 번째 이유였습니다. 처음에는 업그레이드가 잘 되지 않는 중소기업 제품이라 새로운 길을 달리면 마치 우주를 달리는 것 같은 휑한 지도를 보여줬습니다. 이건 참을 만했습니다. 나중에는 술에 취해 잠들었다가 잠깐 일어나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하고 주정하는 사람마냥 잠깐 불이 들어와서는 헛소리를 하고 다시 잠들기 일쑤였으니 더 이상 달고 다닐 이유가 뭐 있겠습니까. 그러나 정작 버려도 되겠다 싶었던 것은 그 녀석 탓이 아니라 저 때문이었습니다.

내비가 정상이 아닌 덕을 본 일이 있었습니다. 제가 태어난 고향 강원도 철암으로 혼자 차를 몰고 갈 때였습니다. 정선에서 태백으로 가는 길이었던가 내비가 잠깐 말을 안 듣는 새, 엉뚱한 길로 들어섰습니다. 잘 뻗는 새 길을 두고 구불구불 고갯길을 탄 겁니다. 차를 돌리기에도 좁고 위험한 고갯길이라, 그리고 딱히 시간이 급하지도 않는 백수 시절이었으니 고갯길을 따라 느릿느릿 올랐습니다. 아득한 고갯길 정상에서 온 길과 갈 길을 내려다보면서 어느새 눈물이 주룩 흘렀습니다.

아버지. 서른 해 가까운 고단한 서울 생활에 가진 것 없이 이 길을 넘어 ‘막장’ 생활을 하러 탄광촌으로 들어섰을 아버지, 그리고 다시 몇 해가 지나 이번에는 딸린 자식 둘과 어머니와 함께 다시 그 서울로 향하느라 이 길에 올랐을 아버지. 한 굽이 한 굽이마다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단출한 세간에도 힘겹게 고갯길을 올랐을 트럭에서 우리는 무슨 기대와 어떤 작정으로 서울을 향했을까…….

그 전에야 아는 길 나서면서도 습관적으로 내비를 눌러 경로를 확인하고는 했는데 그 일이 있은 후로는 정말 모르는 곳을 갈 때 위치를 확인하는 것을 빼면 되도록 내비를 쓰지 않게 되었습니다. 물론 내비가 말을 듣지 않아 믿을 수 없는 것도 중요한 이유가 되었지만요. 내비가 없고 보니 오히려 길을 떠날 때 목적지의 위치를 한 번 더 확인하게 됩니다. 가장 빠른 길만 단선적으로 외우는 것이 아니라 이곳과 그곳의 위치를 일단 지도에서 확인하고 가는 여러 경로를 내 경험과 지도에서 다시 확인하게 되니 조금 ‘즐거운 불편’이 된 셈입니다. (원래 공부를 그렇게 하라지 않던가요? 암기만 하지 말고 원리를 이해하라고.)

한때는 그런 적도 있었습니다. (자 이제부터 본격적인 견강부회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가 시작됩니다. 주의하세요.) 아, 내 인생에도 내비게이션이 있었으면 좋겠다. 나 여기 가고 싶거든? 어떤 게 가장 빠른 길이야? 어떤 게 가장 안 편안한 길이야? 물었을 때 좌회전과 우회전, 그리고 조심해야 할 것들을 모조리 알려주는 그런 것 말입니다. 그런 게 있을 수도 없지만 그런 게 있다 해도 행복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어릴 적 읽었던 동화가 기억납니다. 아, 중학교 때 읽었으니 동화는 아니겠네요. <어디로 갔을까 나의 한쪽은>이라는 쉘 실버스타인의 이야기입니다. 몸의 한쪽이 없는 동그라미는 자기에게 꼭 맞는 한쪽을 찾아 여행합니다. 온갖 여행 끝에 딱 맞는 한쪽을 마침내 찾았습니다. 그런데 완전히 동그래진 동그라미는 그동안 만났던 벌레나 꽃과 이야기를 나눌 겨를도 없이 그저 굴러만 가는 겁니다. 장기하 노래 <느리게 걷자>에도 이런 말이 나오잖아요? “그렇게 빨리 가다가는 죽을 만큼 뛰다가는 사뿐히 뛰어가는 예쁜 고양이 한 마리도 못 보고 지나칠 텐데.”

고장 난 내비게이션 하나 버려놓고 참 말이 많습니다. 최근에 차에 탄 일이 없는 색시가 이 사실(공동 자산의 일방적 폐기)을 알게 되었을 때, 제가 위에 말한 것처럼 변명을 늘어놓으면 이해해줄까요? 저는 워낙에 버리기를 좋아하고, 그 친구는 워낙에 모으기를 좋아하는 친구거든요. 사실 ‘모은다’ 감각이 충만하기보다는 ‘버린다’ 감각이 퇴화되어 있는 서로 다른 인종이랍니다. 내비 없이 둘이 길을 헤매는 여행, 그 설렘을 이 친구가 이해해주기를 바랄 뿐이지요. (저 밥은 얻어먹고 다닐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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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문학교양팀 이정규

2010/01/27 13:05 2010/01/27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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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에세이] 작업실 생각 :: 2009/08/14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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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에 <작업실>이라는 카페가 있습니다. <씨네21> 기자분께 책 좀 쓰시라고 ‘작업’을 하러 그곳에 간 적이 있습니다. 과연 작업실이었습니다. 노트북을 연신 두드리는 사람, 조용히 책 보는 사람, 그림을 그리는지 하얀 종이에 코를 처박고 있는 사람……. ‘굳은 다짐 고시생이 절간을 찾고, 불멸의 문장 품은 문학청년이 폐가를 찾듯 작업의 절반은 고독과 싸워서 만드는 게 아닌가.’ 그런 말도 있잖아요? “러시아에서 대문호가 많이 나오는 이유는…… 추. 워. 서. 나가면 추우니까.”

유난히 의식하고 의심하며 사는, 그래서 눈칫밥 먹고 자랐느냐는 소릴 종종 듣는 저는 그런 데서 일을 한다거나 책을 본다는 게 영 어색한 일입니다. “홍대 파스쿠치에서 보자” 이러면 보통은 안에서 자리 잡고 사람을 기다리는데 밖에서 사람을 기다렸다가 만나면 그제야 안으로 들어갔던, 무척이나 소심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가끔 약속 때문에 카페에 먼저 가 책이라도 볼라치면 영 집중이 잘 안 되는 현상을 겪기도 합니다.

그러니 김갑수 선생님의 ‘지구 위의 작업실’, <줄라이홀> 같은 공간은 얼마나 제 로망의 대상이었겠습니까. 책으로만 만났다가 지난 주 드디어 그 공간에 발을 들였습니다. 으리짱짱한 기기들, 저거 다 들어봤을까 싶은 LP, 많은, 서로 다른 ‘주전자(무식해서 이름이 잘 생각나지 않습니다)’가 아주 많은 공간입니다. 그러면서 많이 비어 있는 곳이기도 하고요. 책 뒤표지에 나오는 것처럼 ‘숨어 있을 공간’, ‘나만을 위한 지구 위 단 하나의 공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이 안에서 무슨 짓을 해도 아무도 모를 만한 그런 공간이었습니다.

그런데 혼자만의 공간을 갖고 있는 선생님 책을 읽어보면 사람들 이야기가 참 많이 나옵니다. 애인을 데리고 야밤에 작업실을 찾아오는 친구, 작업실을 만들자 한 무리의 사람들을 몰고 온 친구들이나, “(37평인데) 100평이래!” “이혼했다며?” 소문이 도는 주변 사람들, 전화기를 부여잡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통화하는 사람들. 이거 뭐 배신감이 들기도 합니다. ‘나만을 위한 단 하나의 공간’이라더니……. 그런데 책에 이런 말이 나오더라고요.

‘어쩔 수 없이 현실 세계에 속해 있으나 현실을 멀리멀리 떠나고 싶은 사람의 생활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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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외가에 가면 외삼촌이 대학시절부터 봤던 책들이 쌓여 있습니다. 나이는 냄새로 온다던데 눅눅한 냄새가 나는 책 한 권에 외삼촌이 적어둔 메모가 보였습니다.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모든 이들, 모든 것들로부터 떠나 자유롭고 싶다. 아, 그러나 모든 이들과 관계하고 싶다.’ 아마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다만 짐작할 뿐입니다. 카페를 찾는 사람들도 현실세계에 속해 있으나, 책과 노트북과 그림에 몰두하는 순간 떠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김갑수 선생님도 한없이 혼자 있을 수 있는 공간 덕분에 더 많은 관계들을 맺어나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런 광경들을 보고서 트렌드에 뒤지지 말자, 가끔 카페에서 책을 읽어보니, 적당한 소음이 상당히 편안합니다.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을 때 나는 그 찌-잉 하는 전자음 같은 소리가 아니라 사람 소리가 들리니 참 좋습니다. 그러고 보면 저도 운전하고 다닐 때, CD보다는 라디오를 즐겨 듣는 편입니다. 사람 말소리가 나니까요. 그러면서도 혼자 하는 드라이브를 가끔 즐기니 벗어나고도 싶고, 파고들고도 싶고, 사람 마음이 다 그런 건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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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문학교양팀 이정규

2009/08/14 13:21 2009/08/14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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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마이 허니문 베이비, 《이준구 교수의 쿠오 바디스 한국 경제》 :: 2009/04/20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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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월요일, 저희 신간 《이준구 교수의 쿠오 바디스 한국 경제》(이하 쿠오 바디스 한국 경제)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게 왠일? 벌써 재판을 찍는다는 기쁜 소식이 들려오네요. 푸른숲의 새신랑 토닥토닥님(이정규)의 첫 책 출간 기념, 재판 기념, 결혼 축하 기념,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작년 말 쯤에, 책들이 쭈욱 나열되어 있는 신간 계획표를 받았는데요. 눈에 쏙 들어오는 책이 바로 이 책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알맹이가 파릇파릇했던 대학 신입생 시절, 이준구 교수님의 《경제학 원론》으로 경제학 공부를 시작했거든요. 얼마쯤인가 전부터는 이준구 교수님이 신문에 칼럼을 연재하기 시작하셨습니다. '어? 교과서 쓰시던 분인데, 칼럼도 쓰시는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 칼럼과 교수님 홈페이지에 공개한 글들이 모여서 이 책이 되었습니다. 서문은 여기서 마치고요, 주인공 새신랑 토닥토닥님과의 인터뷰, 시작합니다. (참고로 4월 4일에 갓 결혼하셨답니다.^^) 


[알맹이] 첫 책이 나왔는데, 감회가 어떠세요?

[이정규] 당황스럽기도 하구요(웃음). 처음 기획해서 낸 첫 책이라 감격스러워야 하는데, 바빠서 그럴 틈이 아직 없네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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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맹이] 3일만에 재판을 찍으셨는데..

[이정규] 역시 당황스러워요. (웃음)

[알맹이] 어떤 계기로 이 책을 기획하시게 되었나요?
[이정규] 경제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었어요. 실생활에 꼭 필요한 문제니까요. 그러다가 대운하나 종부세에 대해 이준구 교수님이 쓰신 글을 봤어요. 그러다가 홈페이지에도 들어가보게 되고, 거기 보니까 제자들이나 동료 교수들과 문답을 나눈 내용들도 읽어보았구요. 또 디시인사이드 사이트에 ‘경갤(경제갤러리)’라고 있는데, 거기에서도 ‘승리의 준쿠리(웹상에서의 교수님 별명)’라고 많이들 교수님 글을 언급하더라구요. 그래서 책을 해보면 좋겠다..라고 생각하고 팀장님과 함께 찾아갔어요. 교수님께서도 마침 책을 내는 것에 대해 관심이 있으셨고, 그러면 지금까지 썼던 글들을 모아서 내보자..라고 이야기가 됐습니다. 원래는 삼고초려까지 생각했었는데, 흔쾌히 허락을 해주시더라구요. (웃음)

[알맹이] 교수님의 글 중에 어떤 부분에서 가장 끌리셨나요?
[이정규] 두 가지를 들 수 있을 거 같네요. 글을 쉽게 쓰시고, 또 굉장히 인간적이예요. 강의를 하시는 분이니까 전달력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시죠. 노력도 많이 하시구요. 교수님 교과서 《미시경제학》은 개정판이 7쇄까지 나왔는데, 이것도 다 어떻게 하면 좀 더 쉽게 설명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 끝에 나온 거라고 해요. 교과서도 일일이 교정을 다 보신다고 하구요.

[알맹이] 저는 책을 보고 굉장히 신선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각 장마다 ‘독자에게 드리는 글’이라고 한 꼭지씩 붙어있더라구요.
[이정규] 네, 그게 교수님 글쓰기의 특징이에요. 그리고 글에서 비분강개라고나 할까...그런 감정들이 충분히 느껴지죠. 종부세 위헌 판결이 났을 때, 미국 방문 중이셨는데, 그때 하시던 일을 작파(?)하고 ‘교과서를 다시 쓰라는 말인가’라는 글을 쓰셨죠. 그리고 조목조목 근거를 들어서 설명을 하시구요. 잘못된 것을 바로 잡는 게 지식인의 의무다..라는 생각도 갖고 계신 거 같아요.

[알맹이] 교수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이정규] 굉장히 젠틀하신 분이예요. 책 작업하면서 교수님 연구실을 몇 번 방문했었는데, 학생들이 정말 스스럼없이 찾아오더라구요. 다 자상하게 응대해주시고, 또 홈페이지에도 사람들이 질문을 올리면 다 일일이 답해주시구요.

경제학자들은 수필을 써도 이렇게 골치 아픈 것만 쓴다고 말하실지 모릅니다. 경제학의 별명이 ‘우울한 학문’이라는 것을 알고 계시겠지요? 그러니 경제학자인 저도 늘 우울한 글만 쓸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교수님의 유머 코드와 인간적인 면모를 살필 수 있는, 책 속 한 구절

[알맹이] 책에서 여러 이슈를 다루고 있는데, 가장 관심이 가는 이슈는요?
[이정규] 아무래도 한미 FTA일듯 싶네요. 개인적인 생각과는 달랐지만 편집자로서 약간 다른 방식의 의견을 접했던 경험이었으니까요. 또 이 부분이 교수님의 입장, 혹은 시각이 가장 명확하게 드러나는 부분이죠. 교수님은 한미 FTA를 찬성하는 입장이시거든요. 다른 필자들은 입장이 먼저 정해져있고, 거기에 따라서 글을 쓰죠. 독자들이 봤을 때, 그들이 대략 무슨 얘기를 할지 감이 오잖아요. 그런데 교수님은 철저히 경제학자의 시각에서 원리 원칙을 따져서 합리적으로 이건 맞고, 이건 틀립니다라고 말씀하시는 거니까요. 종부세같은 경우는 교수님이 종부세 납부 대상자이지만 종부세는 존치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시거든요. 

"저는 스스로를 시장주의자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주류 경제학을 공부한 사람에게 시장의 힘에 대한 신뢰는 마치 등록상표와도 같다고 말할 수 있지요. 솔직히 말해 진보의 성향을 갖는다고 하기에는 시장의 힘에 대한 저의 신뢰가 너무 큰 편입니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시장주의자가 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시장주의자로서의 제 면모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한미 FTA, 걸어볼 만한 도박인가?>입니다. 자유로운 무역에서 얻는 이득은 이것이 갖는 문제점을 상쇄하고도 남는다는 믿음이야말로 시장주의자에게는 최후의 보루와도 같은 것입니다. 이 글에서 저는 그 믿음을 그대로 드러냄으로써 스스로 시장주의자임을 고백한 셈입니다."
- 6장 <시장주의자의 고백> ‘독자에게 드리는 글’에서

"어떤 사람은 내가 종부세에 턱없이 많은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아니냐고 지적할지 모른다. 나는 절대로 그렇지 않다고 확신한다. 만약 지금 계획된 그대로 종부세가 부과되기만 한다면 주택시장 안정에 확실한 효과가 날 것이라고 자신 있게 예측할 수 있다. 나의 학문적 명예를 걸고 어느 누구와도 자신 있게 내기를 할 용의가 있다."
-<주택 가격 폭등의 진실, 그리고 해법>중에서


[알맹이] 예. 마지막 장 제목이 ‘시장주의자의 고백’이잖아요.
 
[이정규]  네. 처음에 그 제목을 만들어서 들고 갔을 때, 흔쾌히 동의해주셨죠.

[알맹이] 이런 이슈를 다루는 방식을 보면 교수님이 양쪽에서 공격받으실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이쪽에서 보면 좌빨이고, 또 다른 쪽에서 보면 수구 꼴통이고요. (웃음)
[이정규] 그렇죠. 어떻게 보면 용기라고도 할 수 있겠죠. ‘시장주의자의 고백’에 보면 내가 좌빨이어서 이런 말 하는 게 아니다..라고 쓰셨어요. 그런데 서울대에서 ‘대운하 반대 교수모임’을 이끌고 계시는데, 이게 서울대 개교 이래로 가장 큰 단체 행동이라고 해요. 자신이 시장주의자임에도 불구하고 ‘이건 아니다’라고 경제학 교수가 나설 만큼, 대운하는 정말 큰 문제인거죠.

[알맹이] 첫머리에 ‘마지못해 사회비평의 붓을 들다’라고 쓰셨던데요.
[이정규] 교수님은 30년 가까이 강단에 서신 분이고, 공부한 기간까지 합치면 거의 40년 정도를 경제학 외길을 걸으신 분이죠. 연구하고, 학생들 가르치고, 교과서 쓰시는 것에 대해 굉장히 행복해하세요. 누구는 교수님 교과서를 보고 ‘국정 교과서 만큼이나 오탈자가 없는’이라고 말하기도 하더군요. (웃음) 어쨌든 본인의 현재 삶에 대해서 굉장히 편하고, 행복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이렇게 사회적인 발언을 하시는 걸 보면, 절박함은 분명히 있는 거 같아요. 누군가는 목소리를 내야하는 상황인거죠.

[알맹이] 교수님 글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이정규] 배려와 소신? 배려는 아까도 말했듯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쓴다는 거. 그리고 소신은 누구든 덤벼봐라하는 그런 도전을 받아들이는 태도랄까요? 자신의 신념에 따라 글을 쓰시죠. 단어 하나, 문장 하나 자기 이름을 걸고 나가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지하고 계시고, 그만큼 자신의 작업에 대한 애착도 있으시구요. 자신이 하는 말과 행동에 괴리가 있는 사람들도 많은데, 교수님은 그런 면에서 분명히 차별점이 있으신거죠.

[알맹이] 책이 나오고 나서, 바라는 게 있다면요?
[이정규] 교수님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일단 독자들이 받아들였으면 좋겠구요. 종부세나 영어몰입교육이나 대운하 같은 여기서 다루는 이슈들에 대해서요. 그리고 경제가 굉장히 실생활과 밀접한 부분이지만 우리가 잘 모르고 있잖아요. 티비나 신문에서 무슨 용어가 나오면 그냥 무조건적으로 따라 쓰고 말이죠. 그렇지만 이 책을 통해서 원칙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경제의 원칙이 뭘까..잣대나 기준이라는 것은 도대체 뭘까..같은거요.

저는 개인적으로 지금이 말이 넘치는 사회라고 생각하는데요. 녹색, 휴먼, 뉴딜, 747...이런 근거나 원칙이 없는 장밋빛 말들이 넘치고 있는데, 거기에 대해 논리의 허점을 짚어내면서 ‘사실은 그게 아니야’라고 이 책에서 얘기하고 있는 거거든요. 그래서 이 책이 독자들로 하여금 원칙을 알고 자발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결혼, 신혼여행, 첫 책 출간(그래서 토닥토닥님은 스스로 이 책을 ‘허니문 베이비’라고 부르십니다)을 거쳐 책 홍보일정을 열심히 소화하고 계신 토닥토닥님. 바쁘실텐데 인터뷰 요청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멋진 사진 포즈도요^^


인터뷰. 푸른숲 기획팀 이정규 & 문학교양팀 알맹이

2009/04/20 15:51 2009/04/20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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