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전형적인 팜므 파탈을 표현한 그림 <Judith>를 통해 클림트를 알게 되었다. 그의 작품은 화려한 황금빛으로 단숨에 나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올 2월 그의 작품이 한국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접했지만, 클림트 전이 끝나기 며칠 전에야 겨우 예술의 전당으로 향했다.
클림트의 작품을 코앞에서 감상할 수 있다는 설렘을 안고 나 홀로 미술관에 갔다. 길게 늘어진 줄을 보고 그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입장 후에는 한 작품 한 작품 천천히 보고 있는데 웬 남자와 여자가 내 뒤에서 싸우고 있었다.
조용한 미술관에서 말다툼이라니. “나 이거 다 봤어. 저기로 가자.”라고 하는 남자와 “난 아직 이라고. 왜 오빠 마음대로 움직이려고 해!”라고 하는 여자. 짜증이 날 법도 한 상황인데 피식하고 웃어 넘겼다. 예전의 내 모습을 보는 듯해서였다.
현재 나는 싱글이라 클림트 전에는 혼자 왔지만 남자친구가 있을 때 고흐 전에는 함께 갔다. 클림트만큼이나 좋아하는 화가의 작품 앞에서 나는 넋을 놓고 있는데 남자친구가 손을 끄는 게 아닌가. 나는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했지만 남자친구는 빨리 보고 나가서 밥을 먹자고 채근했다. 작품을 빠르게 훑어보고 나와서 밥을 먹는데 화가 났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또 이 작품을 만나지? 왜 나는 내 마음이 가는대로 행동하지 않았지?’
고흐 전과는 달리 여유롭게 클림트 전을 관람하고 집에 가는 길에 서점에 들렀다. 내 시선을 사로잡은 책 제목이 있었으니 바로《미술관에는 왜 혼자인 여자가 많을까?》. 집에 오자마자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혼자인 것이 두려운 여자들에게 ‘고독’이 ‘고립’이 아니라고 말한다. 홀로인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올바른 독신에 대한 인식을 심리학적으로 접근한다. 저자가 풀어가는 이야기를 통해 ‘아!’하고 무릎을 치며 공감하고 혼자인 여자에 대한 생각을 조금씩 바꿔나갔다.
홀로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거나 한가로이 공원을 산책하고 좋아하는 작품 앞에서 몇 시간이고 서서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게 되었다. 나이는 찼는데 결혼할 사람이 없다고 전전긍긍하는 여자, 결혼을 했다 다시 홀로 된 여자, 남자 친구가 바빠서 자주 만나주지 않는다고 툴툴대는 여자들이여, 혼자 시간을 보내보자. 스스로 고민하고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하고 성장하게 해 줄 테니 말이다.
글. 푸른숲 카페 박현주
푸른숲
2009/05/26 14:00
2009/05/26 14:00
Trackback Address :: http://prunsoop.blogi.kr/blog/trackback/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