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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랑’이었던 만큼 ‘좋은 이별’이기를 :: 2010/06/10 17:16
5월의 어느 날, <MBC 휴먼 다큐멘터리 - 5년간의 사랑>이라는 프로그램을 보았습니다. 2006년부터 매년 5월에 방송됐던 <휴먼 다큐 - 사랑>의 5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프로그램으로, 지난 방송의 주인공들이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다시 찾아가 만나보는 내용이었죠. 제가 가장 궁금했던 사람은 영화로도 만들어져 유명세를 탄 ‘너는 내 운명’ 편의 정창원 씨였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뮤지션 이승환이 두 사람의 사랑에 감동해 방송이 끝나고 20분 만에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라는 노래를 만들었다는 이야기에 뒤늦게 찾아보고는 머리가 아플 정도로 울었던 기억이 있거든요.

과연 그는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녀의 흔적이 남아 있는 지리산 집을 지키고 있을까? 아니면, 시간이 꽤 흐른 만큼 이제는 마음을 추스르고 한층 강해진 모습으로 새로운 삶을 살고 있을까? 그의 지극한 사랑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던 터라, 마치 이 시대의 마지막 사랑이 어떤 운명을 맞았는지 그 결말을 기다리기라도 하는 양 약간은 비장한 기분이 되어 방송을 지켜보았습니다.

창원 씨와 영란 씨가 살던 지리산 집에는 두 사람이 쓰던 물건들만 그대로 남아 있을 뿐 창원 씨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수소문 끝에 찾아가 보니 그는 완전히 망가진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떠나간 아내에 대한 그리움을 떨쳐내려 이곳저곳 정처 없이 떠돌며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며 살았다는 그는 그래도 자꾸 떠오르는 아내의 모습과 추억에 이제는 잊는 것조차 포기한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잠이 오면 자고, 눈이 떠지면 일어나 아내와의 추억을 더듬는 것이 그의 일상인 듯했습니다.
아내가 선물한, 이제 더 이상 앞으로 가지 않는 시계를 바라보며 이 시계를 뒤로 돌려 2555일만 가면 같이 있던 그때로 돌아가는 거라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 저는 조금은 오싹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감동적이라기보다는 끔찍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의 5년 후를 상상하며 그가 그 아름다웠던 사랑을 쉽게 잊지 않는 사람이길 바라긴 했지만, 그 사랑에서 헤어나지 못해 자신을 완전히 놓아버린 채 살아가길 기대하진 않았거든요. 그들의 사랑이 깊고 견고했던 만큼 이별 후에도 그가 강하고 단단한 사람이었으면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멈춰버린 시계처럼 여전히 과거에 살고 있었습니다.

아내를 떠나보내고 5년의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는 창원 씨를 보며 지난해에 작업했던 《좋은 이별》의 여러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책에서 언급한, 이별이나 상실을 맞은 사람들이 보이는 여러 가지 반응을 창원 씨에게서 그대로 볼 수 있었으니까요.
“죽음을 부정하고 이별을 부인하는 마음에는, 그 사실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될 때까지 상실을 미루고자 하는 의도가 들어 있다. 〔…〕 그것은 일시적인 방편일 뿐, 그 상태에 오래 머무르면 지연된 애도의 문제가 그대로 삶의 문제가 된다.” - 66쪽
“자폐 상태에서는 공간이 밀폐될 뿐만 아니라 시간 개념도 왜곡된다. 시간은 얼어붙거나 증발하고, 시간이 멈추면서 삶이 사라진다. 시작, 변화, 종말이 없는 불변의 상태가 영원히 지속되면서 과거나 미래뿐 아니라 현재도 사라진다. 마음속에서는 상실한 대상과 관련하여 무수히 많은 드라마가 펼쳐지고 있는 것과는 달리, 외형적 삶은 메마르고 존재는 빈약해져간다. 그 끝에서 결국 자신의 존재마저 사라질 것이다.” - 158쪽
아무런 기쁨도 의미도 없이 하루하루를 마지못해 살아가는 창원 씨는 그렇게 조금씩 세상에서 자신의 존재를 지워가는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좋은 이별》 출간 이후 한 달여 동안 작가의 강연회와 사인회에 따라다니며 창원 씨처럼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으로 인한 상실감에 힘겨워하는 이들을 여럿 만났습니다. 부모의 죽음, 자식의 사고, 친구의 자살……. 형광펜으로 밑줄을 그어가며 읽은 책을 가슴에 품고 와 감사의 말을 전하는 사람도 있었고, 친구의 자살에 괴로워하는 친구를 어떻게 도와주면 좋겠느냐고 간절하게 물어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마음의 병을 앓아온 자식을 결국 떠나보내고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해 작가에게 대화를 요청한 부부도 있었고요.
그들은 모두 힘겨운 시기를 지나고 있었지만, 자신이 맞은 이별을 인정하고 이해하고 새로운 삶을 향해 걸어 나오려 애를 쓰고 있었습니다. 마음을 추스르기도 어려운 시기에 강연회나 사인회 자리에 찾아와 작가와 한두 마디 이야기라도 나눠보려는 모습이 바로 그런 의지와 노력의 표현이 아닐까요.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며 이 책이 그들의 이별 과정에 작은 도움이나마 되기를 진심으로 바랐습니다. 책을 마무리하면서 썼던 “누군가를 잘 떠나보낸 후, 삶은 더 풍부해지고 단단해진다”라는 카피가 그들에게 현실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여관방 침대에 초췌한 모습으로 누워 멈춰버린 시계를 만지작거리는 창원 씨를 보며 그가 《좋은 이별》을 읽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강연회와 사인회에 찾아왔던 사람들처럼, 뒤가 아니라 앞으로 가는 시계를 차고 죽음에서 삶 쪽으로 조금씩 걸음을 옮길 수 있었으면 했습니다. 운명이라 믿었던 사랑을 영영 잃었을 때의 상실감은 제가 상상할 수조차 없을 만큼 괴로운 것이겠지만, 그 괴로움 속에서 자신이 파괴되도록 내버려두는 것은 결국 두 사람의 사랑까지 파괴해버리는 일이 아닐까요.
많은 사람에게 자신의 사랑을 되돌아보고 사랑의 의미를 되묻는 기회를 선물했던 그가 지나친 사랑이 혹은 잘못된 이별이 사람을 어떻게 망치는지를 보여주는 예가 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보다는 큰 사랑을 품었던 한 남자가 고통스러운 이별의 과정을 겪고 다시 일어나 더 크고 단단한 사랑을 할 수 있게 된 ‘좋은 이별’의 예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글. 크눌프
[방송] 김형경의 좋은 이별 :: 2010/03/25 10:12

[김형경] 놓친 열차는 아름답다 - 좋은 이별 :: 2009/12/18 13:56
이별은 미의 창조입니다.
이별의 미는 아침이 바탕 없는 황금과 밤의 올 없는 검은 비단과 주음 없는 영원의 생명과 시들지 않는 하늘의 푸른 꽃에도 없습니다.
님이여, 이별이 아니면 나는 눈물에서 죽었다가 웃음에서 다시 살아날 수가 없습니다. 오오 이별이여.
미는 이별의 창조입니다.
한용운 시인의 '이별은 미의 창조'라는 시이다. 그동안 한용운 시집을 몇 번은 뒤적였겠지만 저 시는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런데 애도 개념을 이해하고 난 후의 어느날, 저 시가 눈에 번쩍 띄었다. 이별은 미의 창조라니, 시인의 통찰로 건져올린 진실이 시구 하나에 함축되어 있었다. 그러고 보면 시집 '님의 침묵'은 그 전체가 잃은 대상을 미화하고 이상화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그것은 식민지 조국을 가진 시인이 혼자, 조용히 치러낸 애도 작업이면서 승화 작용이었을 것이다.
왜 아름다움은 늘 멜랑콜리와 관계되는 걸까? 이 질문을 한 미학자의 에세이에서 본 일이 있다. 아름다움과 멜랑콜리를 연결되는 지점에 바로 상실과 애도가 존재할 것이다. 상실은 대상을 미화, 이상화시킬 뿐 아니라 대상과 무관하더라도 '아름다움' 그 자체에 탐닉하게 한다. 우울증을 베일이나 장신구로 가리는 여성들처럼, 미는 상실을 아름다움으로 변형시켜 살아갈 힘을 만들어낸다. 디자인이 최고의 산업이 되고, 상품을 고를 때 아름다움을 최고의 기준으로 삼는 우리는 혹시 모두들 내면에 애도의 문제를 안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좋은 이별을 위한 Recipe
시간이 흐른다는 사실 인식하기. 시간과 함께 풍화되는 사물의 속성을 이해하기. 환상도 미화도 모두 과거의 시간에 갇히는 일이다. 대상을 크리스탈처럼 아름답게 만들어 간직한다면 바로 그 지점에서부터 마음도 딱딱하게 변한다. 멀쩡한 현재의 삶과 자기 자신이 문득 초라해 보이기도 할 것이다. 시간의 흐름을 받아들이고 시간과 함께 흘러간다.
해결하지 못한 문제 내버려두기. 이별은 대체로 돌발적인 것이어서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남긴다. 못다 한 말, 지키지 못한 약속, 돌려주지 못한 물건, 풀지 못한 감정의 문제들이 남는다. 찝찝하겠지만, 왜 떠났는지 묻지 않는 것처럼, 그것들도 내버려둔다. 해결하지 못한 문제도 떠난 사람과 함께 떠나보내는 게 제일 좋다.
수치심을 갖지 않기. 실연, 이혼, 질병 등의 상황에서 우리는 의외로 수치심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남보기 부끄럽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수치심은 타인의 눈으로 자신을 평가하기 때문에 생기는 감정이다. 타인은 우리의 삶을 판단하거나 평가할 자격이 없다는 사실을 마음 깊이 새긴다.
즐거운 일을 찾아서 하기. 애도 기간에는 평소에 즐거웠던 모든 일들이 즐겁지 않게 된다. 예전에는 행복감을 느꼈던 일들을 똑같이 하는데도 삭막한 마음만 느껴지고 살아가는 일이 힘겹다. 그럴 때는 일부러라도 즐거운 일거리를 만들어 무슨 일이든 해야 한다. 영화 관람, 야구장 가기, 독서나 산책, 친구와 수다떨기 등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일을 한다.
아이에게 상실과 죽음을 설명해주기. 성인이 된 후의 문제들이 유아기의 상실과 애도 불이행의 문제에서 비롯된다. 아이가 가까운 사람을 잃을 때면 눈에 보이지 않게 된 가족이 영원히 떠났음을 알려준다. 그 사실을 슬퍼하도록 도와주고, 그리워하는 마음에 공감해준다. 가능하면 추모 의례에도 참석시킨다. 아이가 죄의식을 갖지 않도록, 그 사람이 아이가 잘못해서 떠난 게 아니라는 사실을 거듭 말해준다. p116~117

김형경의 <좋은 이별>은 슬퍼할 수 있는 용기를 주는 책입니다. 떠나지 못하고 보내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마음 처방전 김형경의 심리에세이 <좋은 이별>
김형경 심리 에세이 3부작의 최종편이자 완결편. 이별에 대해 말하지 않는 문화가 우리의 이별 과정을 더 고통스럽게 하고, 그 후유증이 자신은 물론 사회를 병들게 한다고 생각하는 저자가 이별의 시작부터 끝까지, 그사이에서 일어나는 감정과 행동의 모든 층위를 세밀하게 그려 보여준다. 어떤 대상에 대해 잘 알게 되면 두려움이 크게 줄어들듯이 이별에 대해 충분히 알고 나면 충격을 최소화하며 건강하게 위기를 넘길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서다. 이별 이후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속속들이 꺼내 보이며 긍정해준 이 책은 개인적인 상실을 극복하는 데도 유용하겠지만, 무엇보다 최근 유명인들의 잇따른 죽음을 겪은 우리 사회에 이별이나 애도에 대한 보녁적인 논의를 제안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김형경] 사랑의 다른 이름, 좋은 이별 :: 2009/11/23 16:21
내가 이별에 서투르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다른 이들은 어떻게 이별하는지 유심히 보기도 했다. 사랑이 끝났을 때 어떤 이들은 순식간에 폭력적으로 변하면서 상대방에게 가학적인 언행을 했다. 어떤 이들은 상대방을 부여잡고 거듭거듭 매달리고, 어떤 이들은 잘 가라면서 쿨하게 돌아서서 재빨리 다른 연인을 만났다. 이별 후 아주 먼 곳으로 떠나거나 죄의식 속에서 자기 파괴적으로 행동하는 사람도 있었다. 나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이별에 서툴고 헤어진 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것 같았다.
물론 세상에 통용되는 몇 가지 이별의 지침들이 있기는 했다. 떠난 사람은 깨끗이 잊는 게 낫다. 바쁘게 지내다보면 곧 괜찮아질 것이다. 이런 때일수록 어깨를 펴고 당당하게 지내야 한다. 슬픔이나 고통은 혼자 조용히 처리해야 성숙한 사람이다. 그런 지침들은 그러나 마음의 고통을 덜어주지 못하는 것 같았다. 아니, 아픔이 더 오래 지속되게 만드는 효과가 있는 것 같았다.
그것은 좀 이상한 느낌이었다. 우리는 이별하는 방법을 모를 뿐 아니라 이별에 대해 언급조차 하지 않으려 했다. 서점에 가면 사랑에 관한 책은 읽기도 숨찰 만큼 많이 있는데 이별에 대한 책은 찾아내기조차 힘들었다. 이별도 사랑만큼 오래된 일이고 중요한 삶의 한 요소일 텐데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싶었다.
내 마음은 고통으로 칠흙처럼 어두워졌다. 사방을 둘러봐도 보이는 것은 죽음뿐이었다. 내 고향은 나에게 고통이 되었으며 아버지의 집은 특별히 불행한 장소가 되었다. 그 친구와 함께 했던 모든 것들이 그가 떠난 후 끝없는 고통이 될 뿐이었다. 나는 사방을 두루 살펴 친구를 찾았지만 그는 어디에도 없었다. 나 자신이 알 수 없는 하나의 큰 수수께끼였다. (……)
내 안에 뭔지 모를 상반되는 종류의 이상한 기운이 번져 갔다. 삶에 대한 회의와 죽음에 대한 공포가 나란히 함께 했다. 죽음이 친구에게 했던 것처럼 모든 사람들을 순식간에 집어삼키고 말 것 같았다. 친구의 반쪽이라고 믿었던 내가 그가 죽은 후에도 살아 있다는 사실은 더욱 이상했다. 나는 친구와 두 몸에 담긴 하나의 혼처럼 느꼈기에, 남은 반쪽으로 살아야 하는 일이 소름끼쳤다. 그러나 반쪽인 나마저 죽는다면 내가 그토록 사랑했던 그가 완전히 죽게 될까봐 죽는 것조차 두려웠다.
아우구스티누스 ‘회상록’ 한 대목이다. 아우구스티누스 황제 시절에도 이미 이별이 있었고 이별의 고통이 있었지만 이별과 그에 따른 감정 문제에 대해 처음 논의된 것은 20세기에 이르러서였다. 1917년 프로이트는 1차 세계 대전에서 전사한 장병의 유족이나 미망인이 특별한 감정 상태에 처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들을 면담한 경험을 토대로 ‘애도와 우울증’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슬픔은 보통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 혹은 사랑하는 사람의 자리에 대신 들어선 어떤 추상적인 것, 즉 조국, 자유, 이상 등의 상실에 대한 반응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의 경우에는 똑같은 종류의 상실이 슬픔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우울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프로이트는 슬픔을 정상적 애도 반응, 우울증을 비정상적인 애도 반응으로 구분했다. 그가 제시하는 비정상적인 애도 반응에는 고통스러울 정도의 낙심, 외부 세계에 대한 관심 중단, 사랑할 수 있는 능력 상실, 모든 행동의 억제, 그리고 자기를 비난하면서 급기야는 누가 자신을 벌주었으면 하는 마음을 갖는 상태 등이다. (이 글에서 ‘슬픔’은 내면에 깃든 생각과 감정을 의미하고, ‘애도’는 슬픔의 감정을 외부로 표현하는 상태를 가리킨다. ‘애도 작업’은 슬픔을 표현하는 행위뿐 아니라 슬픔과 관련된 감정의 단계를 거치면서 변화되는 과정을 통털어 이른다.) 프로이트는 잘 이별하지 못하면 병이 된다는 사실을 최초로 제안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있는 성취를 이루었을 것이다.
내가 사랑뿐 아니라 이별에도 서툴렀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것 역시 정신분석을 받은 이후의 일이었다. 나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사랑에 서툴듯 이별에 대해서도 그렇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아예 이별이라는 경험을 마음 안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었다. 이별에 대한 이야기는 입밖에 내지 않으며, 슬픔이나 고통을 토로하는 사람은 감정을 다스릴 줄 모르는 미숙한 사람으로 여기고 있었다. 심지어 우리는 이별을 삶의 경험 중 하나가 아니라 특별한 패배의 경험처럼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별했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사랑을 잃었다고 말하면서.
우리의 이별 무능력에 대해 이해하고나자 위에 인용된 서정주 시인의 시가 다르게 읽혔다. 그것은 사랑하고 이별하는 방법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우리 모두에 대한 풍자 같았다. 제멋대로 오해하고 도망친 신랑도, 재가 되어 무너져내릴 때까지 한 자리에 앉아 있던 신부도 코믹 만화의 한 장면이 틀림없어 보였다.

김형경의 <좋은 이별>은 슬퍼할 수 있는 용기를 주는 책입니다. 떠나지 못하고 보내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마음 처방전 김형경의 심리에세이 <좋은 이별>
김형경 심리 에세이 3부작의 최종편이자 완결편. 이별에 대해 말하지 않는 문화가 우리의 이별 과정을 더 고통스럽게 하고, 그 후유증이 자신은 물론 사회를 병들게 한다고 생각하는 저자가 이별의 시작부터 끝까지, 그사이에서 일어나는 감정과 행동의 모든 층위를 세밀하게 그려 보여준다. 어떤 대상에 대해 잘 알게 되면 두려움이 크게 줄어들듯이 이별에 대해 충분히 알고 나면 충격을 최소화하며 건강하게 위기를 넘길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서다. 이별 이후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속속들이 꺼내 보이며 긍정해준 이 책은 개인적인 상실을 극복하는 데도 유용하겠지만, 무엇보다 최근 유명인들의 잇따른 죽음을 겪은 우리 사회에 이별이나 애도에 대한 보녁적인 논의를 제안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사인회] 김형경 <좋은 이별> 출간 기념 :: 2009/11/16 17:19
현장구매하신 분 중 선착순 50분께 예쁜 무릎담요를 드리는 특별 이벤트가 있으니 많은 참석 바랍니다.
서울문고 종로점 사인회
일시 : 11월 20일(금) 오후 5시
장소 : 서울문고 종로점
교보문고 광화문점 사인회
일시 : 11월 21일(토) 오후 2시
장소 : 교보문고 광화문점
영풍문고 종로점 사인회
일시 : 11월 21일(토) 오후 5시
장소 : 영풍문고 종로점
교보문고 강남점 사인회
일시 : 11월 22일(일) 오후 3시
장소 : 교보문고 강남점
영풍문고 강남점 사인회
일시 : 11월 22일(일) 오후 5시
장소 : 영풍문고 강남점
서울문고 강남점(코엑스) 사인회
일시 : 11월 28일(토) 오후 3시
장소 : 서울문고 강남점
교보문고 잠실점 사인회
일시 : 11월 28일(토) 오후 5시
장소 : 교보문고 잠실점
교보문고 영등포점 사인회
일시 : 11월 29일(일) 오후 2시
장소 : 교보문고 영등포점
[김형경] 좋은 이별 :: 2009/11/12 10:05
삶은 더 풍부해지고 단단해진다
《사람 풍경》《천 개의 공감》에 이은
김형경 심리 에세이 3부작의 결정판

김형경 글 | 264 쪽 | 값 12,000원
도서출판 푸른숲 | 편집_ 이 진
1장 사랑의 다른 이름, 좋은 이별
2장 돌아오지 못한 마음, 사랑은 그 자리에
3장 거두어온 마음을 어디에 둘까
4장 이제 나는 행복을 노래하련다
‘이별’이라고 하면 어쩌다 한 번 일상의 리듬을 깨며 느닷없이 닥쳐오는 일일 것 같지만, 사실 우리는 거의 매일이다 싶을 정도로 자주 이별의 상황과 맞닥뜨린다. 사랑했던 이와 헤어지기도 하고, 오랫동안 몸담았던 학교나 직장을 떠나기도 하며, 질병이나 사고로 소중한 가족을 영영 잃기도 한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선뜻 ‘이별’을 화제로 꺼내지 않는다. 이별은 가급적 피해야 할 사건, 피할 수 없다면 최대한 조용히 치러내야 할 ‘좋지 않은’ 일이라 여겨진다. 그런 탓에 실제로 이별의 상황에 놓였을 때에야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내리며 자신이 이별이라는 상황에 얼마나 취약한지 비로소 깨닫게 된다.
자신의 심리 치료 경험과 정신분석에 관한 지식을 바탕으로 심리 에세이 《사람 풍경》《천 개의 공감》을 펴낸 소설가 김형경은 인간의 마음과 관계의 문제를 탐구해오던 지난 몇 년간의 여정을 종합하는 주제로 ‘이별’을 택했다. 이별 이후의 슬픔을 극복해내는 과정인 ‘애도’가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감정의 모든 영역을 두루 체험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별에 대해 말하지 않는 문화가 우리의 이별 과정을 더 고통스럽게 하고, 그 후유증이 자신은 물론 사회를 병들게 한다는 생각으로 이별의 시작부터 끝까지, 그사이에서 일어나는 감정과 행동의 모든 층위를 세밀하게 그려 보여준다. 어떤 대상에 대해 잘 알게 되면 두려움이 크게 줄어들듯이 이별에 대해 충분히 알고 나면 충격을 최소화하며 건강하게 위기를 넘길 수 있으리라는 믿음에서다.
이 책은 총 네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서는 이별을 말하지 않는 문화가 낳은 병적인 현상들을 실제 인물이나 문학작품 속 인물을 통해 지적하며, 상실이나 결핍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충분히 슬퍼한 뒤 그 속에서 빠져 나오는 ‘애도’가 슬픔을 치유하고 새롭게 태어날 수 있는 본질적인 해결책이라고 제안한다. 이어지는 2, 3, 4장에서는 이별 후 나타나는 다양한 감정과 행동을 단계별로 설명해 독자가 이별 후 자신이 보인 반응을 납득하고 수용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2장에서는 이별은 했지만 사랑과 열정(리비도)이 아직 상대를 향하고 있는 심리 단계를, 3장에서는 리비도를 거두어오긴 했으나 그것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몰라 보이는 심리 및 행동 양태를 다루고 있다. 4장에서는 비로소 리비도를 자신의 회복과 변화를 위해 사용하는 단계, 즉 상실의 고통을 충분히 겪고 난 후 새롭게 태어나려 노력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상실의 시대, 그러나 이별을 말하지 않는 사람들
최근 1, 2년 사이에 우리는 두 명의 전직 대통령과 나라의 큰 어른이었던 종교 지도자, 가족처럼 마음을 기대던 국민 여배우, 인기 작가 등 유명인의 죽음을 연달아 접하면서 전 사회적으로 이별, 상실, 죽음에 얽힌 감정을 쉴 새 없이 겪었다. 떠나간 이의 빈자리를 아쉬워하고, 그 빈자리를 곁에 두고도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사실에 허무함마저 느꼈다. 그러나 충격과 슬픔 속에 온 나라가 들썩이던 며칠이 지나고는 누구도 그들의 이야기를 섣불리 꺼내지 않는다. 우울하고 꺼림칙한 이야기 혹은 조용히 혼자 정리해야 할 사건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애도’는 성찰과 성장을 위한 생의 필수 과정
저자는 이별 이후 슬픔과 상실의 감정을 충분히 느끼고 표현하여 떠나간 사람이 없는 환경에서도 잘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나’로 변화하는 과정, 즉 ‘애도’의 개념을 본격적으로 소개한다. 1장에서 잘 이별하지 못하면 병이 된다는 사실을 최초로 제안한 프로이트부터 시작해 심리학과 정신분석학에서 정립되어온 애도 이론을 찬찬히 소개한 뒤 이어지는 2, 3, 4장에서는 자신의 애도 경험과 그 과정에서 도움을 받았던 문학작품 속 혹은 실제 인물들의 사례를 빌려 이별 이후 나타나는 여러 가지 증상을 상세히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구성은 이별 후의 모든 감정과 행동을 애도 반응으로서, 즉 이별의 긴 터널을 통과하기 위한 필수 과정으로서 긍정해주기 위한 것이다.
실천적인 지침이 돋보이는 문학적인 심리 에세이
《좋은 이별》은 심리학과 정신분석학 이론을 바탕에 두고 있으나 저자의 실제 애도 경험과 그 과정에서 도움을 받았던 문학작품 속 인물들의 예를 활용해 한 편 한 편의 이야기로 풀어낸 다분히 문학적인 심리 에세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이별 후 나타나는 다양한 감정과 행동을 생생하게 예시하여 독자들이 자신의 애도 반응을 긍정하며 치유의 길로 들어설 수 있게 도움을 준다. 또한 각 글의 제목으로 쓰인 시구절과 문장은 애도 감정을 놀랍도록 충실하게 압축해낸 것들로, 단 한 문장에서 위안을 얻고 시각이 바뀌는 인상적인 경험을 안길 것이다.
‘괜찮아’라고 말하지 않기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지내느냐고 인사할 때 ‘괜찮다’는 의례적인 답을 건네지 말고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한다. 여전히 좀 슬프다, 무거운 마음이 걷히지 않는다 등등. 감정을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내면의 문제가 조금씩 해결된다.〔…〕형식적으로 질문한 후 솔직한 답변 앞에서 불편해하는 사람이 있다면 질문해줘서 고맙다고 말한 후 화제를 바꾸면 된다. - 88쪽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
이별이나 상실 앞에서 왜 그런 일이 생겼는지 묻지 않는다. 사건의 내막이나 헤어진 이유를 낱낱이 파헤치려 하지 않는다.〔…〕왜냐고 묻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아픈 마음을 다스리며 현실 속에서 묵묵히 살아가는 일이다. 사실 떠난 사람조차도 자신이 왜 떠났는지 명확한 이유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 107쪽
몸을 안아주기, 몸을 쓰다듬기
“고통을 견디려면 하루 세 번 포옹하고, 아픔을 치유하려면 하루 다섯 번, 마음이 성숙해지려면 하루 여덟 번 포옹하라”는 말이 있다. 사람들과 손을 잡거나 안아주면서 신체적 접촉의 치유 효과를 느껴본다. 친밀한 사람과 가까이 앉아 그들의 사랑 에너지를 느껴본다. - 190쪽
모든 심리적 문제의 원인은 사랑을 잃는 경험
이제는 누구나 한 인간을 정신적으로 탄생시키고 꾸준히 성장하게 하는 힘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마찬가지로, 인간을 병들게 하거나 심리적 죽음에 이르게 하는 기제는 사랑을 잃거나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경험이다. 우리가 안고 있는 모든 심리적 문제들은 사랑을 잃은 이후 맞이하는 상실의 감정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발생하는 것이다. - 25~26쪽
자신의 용기를 믿기
인간에게는 무한한 가능성과 복원력이 있으며, 우리는 슬픔이나 고통보다 강하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 또한 이 시기에는 자신을 관대하게 대하는 것도 중요하다. 자기 연민이나 슬픔은 애도 기간 중 느끼는 핵심적인 감정이다. 우리 사회는 슬픔을 드러내거나 자기 연민을 보이면 경멸하는 경향이 있는데, 바로 그런 이유로 인해 우리가 점점 공격적이 되어가고 있음을 이해한다. 자기 연민을 느껴본 사람만이 타인에 대한 연민과 동정심을 가질 수 있다. - 67쪽
불안과 공포는 분노의 다른 얼굴
불안이나 공포심은 아직 분노의 감정을 표출할 줄 모르는 아기들이 느끼는 감정이다. 분노를 표현하면 사랑하는 대상을 잃을까 두려운 아이, 분노를 표현했을 때 받아들여지고 달래어진 경험이 없는 아이도 분노를 모두 외부로 돌려 누군가 자신을 공격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공포심으로 경험하게 된다. 성인 중에서도 분노를 표출하기에는 자아가 약한 사람들이 분노 대신 박해 불안을 경험한다. 타인이, 그리고 세상이 자신을 미워하고 적대적으로 대한다고 느끼는 것이다. - 81쪽
우울증, 회피해온 슬픔이 끝내 이르는 병
중증 우울증을 경험한 이들은 하나같이 “모든 것이 괜찮아졌다고 생각되는 지점에서 우울증이 찾아왔다”라고 말한다. 〔…〕 그들이 스스로 괜찮아졌다고 생각하는 지점은 상실 이후의 감정을 부인, 회피, 억압하는 방법으로 애써온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고 생각하는 지점이다. 슬픔을 잘 참고, 혼자 고요히 가라앉히고, 누구에게도 하소연하지 않은 채 혼자 잘 처리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해결책이 아니라 마음을 병들게 하는 지름길이라는 걸 모르는 채 오래도록 잘못된 길을 걷는다. 그 길의 끝에서 우울증을 만날 때까지.
우울증은 억압하거나 회피해온 슬픔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인정하고 수용하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외면해두었던 고통을 받아들여 정서의 일부로 통합하는 과정에서 마음이 무거워지고 몸이 아프기 시작한다. 외면해둔 고통 속에는 내면의 분노, 불안, 시기, 질투 등 인정할 수 없었던 부정적인 감정들을 기꺼이 수용하는 어려움도 포함된다. - 199쪽
삶을 구조 조정하기
이번 기회에 자신의 역량이나 생의 자산 가치를 평가해보고, 그것을 어디에 투자해서 어떤 이윤을 창출할 것인지 새롭게 기획한다. 생의 목표를 이전보다 한 단계 높은 가치를 향해 맞추고 비전과 정체성을 새롭게 포맷한다. 애도 기간에 받은 타인의 친절과 호의는 사회에 보답한다. 베푼 사람에게 곧바로 보답하면 상대방의 의도를 무화시키는 결과가 된다. 공동체에, 제3자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이미 우리 생이 더 높은 가치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는 의미이다. - 263쪽
저자 | 김형경
1960년 강릉에서 태어났다. 경희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1983년 《문예중앙》 시 부문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1985년에는 《문학사상》에 중편소설 〈죽음 잔치〉가 당선되어 소설가의 길로 들어섰다. 정치적으로 암울했던 1980년대를 거쳐온 네 젊은이의 고뇌와 각성, 치열한 진실을 그린 《새들은 제 이름을 부르며 운다》로 제1회 국민일보 문학상을 수상했다. 장편소설 《세월》《피리새는 피리가 없다》《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성에》《외출》《꽃피는 고래》, 소설집 《단종은 키가 작다》《푸른 나무의 기억》, 산문집 《사람 풍경》《천 개의 공감》, 시집 《모든 절망은 다르다》 등을 펴냈다. 제10회 무영문학상을 수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