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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경] 놓친 열차는 아름답다 - 좋은 이별 :: 2009/12/18 13:56

이별은 미의 창조입니다.
이별의 미는 아침이 바탕 없는 황금과 밤의 올 없는 검은 비단과 주음 없는 영원의 생명과 시들지 않는 하늘의 푸른 꽃에도 없습니다.
님이여, 이별이 아니면 나는 눈물에서 죽었다가 웃음에서 다시 살아날 수가 없습니다. 오오 이별이여.
미는 이별의 창조입니다.

한용운 시인의 '이별은 미의 창조'라는 시이다. 그동안 한용운 시집을 몇 번은 뒤적였겠지만 저 시는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런데 애도 개념을 이해하고 난 후의 어느날, 저 시가 눈에 번쩍 띄었다. 이별은 미의 창조라니, 시인의 통찰로 건져올린 진실이 시구 하나에 함축되어 있었다. 그러고 보면 시집 '님의 침묵'은 그 전체가 잃은 대상을 미화하고 이상화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그것은 식민지 조국을 가진 시인이 혼자, 조용히 치러낸 애도 작업이면서 승화 작용이었을 것이다.

왜 아름다움은 늘 멜랑콜리와 관계되는 걸까? 이 질문을 한 미학자의 에세이에서 본 일이 있다. 아름다움과 멜랑콜리를 연결되는 지점에 바로 상실과 애도가 존재할 것이다. 상실은 대상을 미화, 이상화시킬 뿐 아니라 대상과 무관하더라도 '아름다움' 그 자체에 탐닉하게 한다. 우울증을 베일이나 장신구로 가리는 여성들처럼, 미는 상실을 아름다움으로 변형시켜 살아갈 힘을 만들어낸다. 디자인이 최고의 산업이 되고, 상품을 고를 때 아름다움을 최고의 기준으로 삼는 우리는 혹시 모두들 내면에 애도의 문제를 안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좋은 이별을 위한 Recipe

시간이 흐른다는 사실 인식하기. 시간과 함께 풍화되는 사물의 속성을 이해하기. 환상도 미화도 모두 과거의 시간에 갇히는 일이다. 대상을 크리스탈처럼 아름답게 만들어 간직한다면 바로 그 지점에서부터 마음도 딱딱하게 변한다. 멀쩡한 현재의 삶과 자기 자신이 문득 초라해 보이기도 할 것이다. 시간의 흐름을 받아들이고 시간과 함께 흘러간다.

해결하지 못한 문제 내버려두기. 이별은 대체로 돌발적인 것이어서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남긴다. 못다 한 말, 지키지 못한 약속, 돌려주지 못한 물건, 풀지 못한 감정의 문제들이 남는다. 찝찝하겠지만, 왜 떠났는지 묻지 않는 것처럼, 그것들도 내버려둔다. 해결하지 못한 문제도 떠난 사람과 함께 떠나보내는 게 제일 좋다.
  수치심을 갖지 않기. 실연, 이혼, 질병 등의 상황에서 우리는 의외로 수치심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남보기 부끄럽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수치심은 타인의 눈으로 자신을 평가하기 때문에 생기는 감정이다. 타인은 우리의 삶을 판단하거나 평가할 자격이 없다는 사실을 마음 깊이 새긴다.

즐거운 일을 찾아서 하기. 애도 기간에는 평소에 즐거웠던 모든 일들이 즐겁지 않게 된다. 예전에는 행복감을 느꼈던 일들을 똑같이 하는데도 삭막한 마음만 느껴지고 살아가는 일이 힘겹다. 그럴 때는 일부러라도 즐거운 일거리를 만들어 무슨 일이든 해야 한다. 영화 관람, 야구장 가기, 독서나 산책, 친구와 수다떨기 등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일을 한다.

아이에게 상실과 죽음을 설명해주기. 성인이 된 후의 문제들이 유아기의 상실과 애도 불이행의 문제에서 비롯된다. 아이가 가까운 사람을 잃을 때면 눈에 보이지 않게 된 가족이 영원히 떠났음을 알려준다. 그 사실을 슬퍼하도록 도와주고, 그리워하는 마음에 공감해준다. 가능하면 추모 의례에도 참석시킨다. 아이가 죄의식을 갖지 않도록, 그 사람이 아이가 잘못해서 떠난 게 아니라는 사실을 거듭 말해준다. p116~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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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졌다고, 떠나갔다고, 아프다고... 말하자


김형경의 <좋은 이별>은 슬퍼할 수 있는 용기를 주는 책입니다. 떠나지 못하고 보내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마음 처방전 김형경의 심리에세이 <좋은 이별>

김형경 심리 에세이 3부작의 최종편이자 완결편. 이별에 대해 말하지 않는 문화가 우리의 이별 과정을 더 고통스럽게 하고, 그 후유증이 자신은 물론 사회를 병들게 한다고 생각하는 저자가 이별의 시작부터 끝까지, 그사이에서 일어나는 감정과 행동의 모든 층위를 세밀하게 그려 보여준다. 어떤 대상에 대해 잘 알게 되면 두려움이 크게 줄어들듯이 이별에 대해 충분히 알고 나면 충격을 최소화하며 건강하게 위기를 넘길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서다. 이별 이후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속속들이 꺼내 보이며 긍정해준 이 책은 개인적인 상실을 극복하는 데도 유용하겠지만, 무엇보다 최근 유명인들의 잇따른 죽음을 겪은 우리 사회에 이별이나 애도에 대한 보녁적인 논의를 제안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2009/12/18 13:56 2009/12/18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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