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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어] 검고소리 - 어린이 문학 016 :: 2009/12/28 13:35
칼과 창으로 무장한 허허벌판 나라와 음악으로 다스려지는 가우리 나라가
음악을 통해 평화를 이루어 가는 과정을 몽환적으로 그려 낸《검고 소리》

문숙현 지음 | 백대승 그림 | 148쪽 | 값 9,000원
도서출판 푸른숲 | 편집_ 주니어팀 김민영
허허벌판 나라에서 온 악기
가우리 나라에 낀 먹구름
더진골로 간 해을
나무와 이야기하는 소년
다루의 피리 소리
가우리 나라의 악기를 만들다
하늘신의 악기, 검고
선택받은 자
허허벌판 나라에 가다
슬픈 공주, 타마
검고의 비밀을 풀다
붉은 달이 뜨다
모두가 평등한 나라작품 해설
《삼국사기》에서 영감을 얻어 쓴 거문고 이야기!
‘푸른숲 어린이 문학’ 열여섯 번째 책 《검고 소리》는 김부식의《삼국사기》에 실린 거문고의 유래에서 영감을 얻어 쓴 장편 동화이다.
“중국의 진나라에서 고구려에 칠현금을 보냈다.
재상인 왕산악이 그 본모습을 그대로 두고 다시 고쳐 만들었다.
100곡을 지어 연주하자 검은 학이 날아들었다.”
이 짧은 세 줄의 글귀와 거문고 연주 소리에서 비롯된 작가의 상상력은 역사적 공간 안에서만 머물지 않고 무한히 뻗어나가 신화적 시공간으로 내달린다.
작가는 그 신화적 시공간 안에서 상상력이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도록 일부러 ‘진나라, 고구려, 왕산악……’과 같은 이름을 배제하였다. 그 대신에 칼과 창으로 무장한 ‘허허벌판 나라’와 음악으로 다스려지는 ‘가우리 나라’를 세우고, ‘해을’과 ‘다루’ 같은 매력적인 인물에 숨결을 불어넣었다.
《검고 소리》는 해을과 다루가 ‘검고’라는 새로운 악기를 만들고 그것을 성공적으로 연주함으로써 가우리 나라와 허허벌판 나라 사이의 전쟁을 막고 평화를 이루어 가는 과정을 한 편의 판타지 영화처럼 웅장하면서도 몽환적으로 그려 내었다.
훈바의 귓가에 탁산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칠현금의 마지막 줄에는 허허벌판 나라의 힘이 들어 있습니다.
이 소리는 가우리 나라 사람들의 마음에 미움과 원망을 심어 줄 것입니다.”
처음 가우리 나라로 칠현금을 보내자고 말한 것은 허허벌판 나라의 대신인 탁산이었다. 탁산의 말에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만약 칠현금을 연주해 내지 못하면, 그것을 핑계로 가우리 나라에 쳐들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허허벌판 나라에 비가 내리지 않은 지 여섯 달이 넘었다. 바람이 불지 않아도 마른 땅에는 늘 먼지가 날렸다. 땅에 묻어 둔 항아리의 물도 거의 다 떨어져 갔다. 물을 구할 수 있는 곳은 딱 한 곳, 가우리 나라뿐이었다. 칠현금을 보내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왕이 훈바에게 명령했다.
“칠현금을 가지고 가우리 나라로 가라.” (- 13~14쪽에서)
“나무야, 잘 잤니? 어젯밤 비 때문에 놀랐지?”
다루는 맑은 목소리가 울리자 나무가 움직였다. 나뭇잎이 바람을 일으키듯 나부꼈다. 해을은 천천히 나무를 살펴보았다.
“이 나무는 악기가 될 운명을 타고난 것 같구나.”
그 말에 다루가 물었다.
“악기가 될 운명요?”
“그래, 아름다운 소리를 담는 악기 말이다. 네가 신기해 했던 피리처럼…….”
순간 다루의 눈이 반짝였다.
“그럼 이 나무가 피리가 되는 건가요?”
“아니, 그건 아니란다. 피리와는 또 다른 악기가 되는 거지.”
순간 다루의 눈에 실망하는 빛이 서렸다. 해을은 다루를 다그치지 않았다. 다루는 나무를 베려는 걸 알면서도 순순히 따라왔다. 다루의 마음이 궁금했다.
“그러면 나무가 죽는 거잖아요.”
다루의 풀 죽은 목소리에 해을은 큰 숨을 몰아쉬었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어쩌면 영원히 사는 것인지도 모르지. 다루 너만의 나무가 아니라, 가우리 나라 백성 모두의 악기가 되어 그 사람들 가슴에 희망과 평화의 음악을 들려주면서 말이다.” ( - 47~48쪽에서)
“검…… 고…….”
해을이 신음하듯 그 글자를 읽었다. 다루는 ‘검고’라는 말을 듣는 순간,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악기의 이름이 마치 원래부터 알고 있는 말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왕은 자리에서 일어나 근엄한 표정으로 방 안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두 손을 하늘 높이 치켜들었다.
“‘검’은 가우리 나라의 옛말로 ‘하늘신’이라는 뜻이다. 그러니 ‘검고’란 ‘하늘신의 악기’라는 뜻. 이 악기에 ‘검고’라는 이름을 내리니, 검고는 가우리를 위기에서 구해 줄 가우리의 새로운 악기가 될 것이다.”
“왕의 뜻이 하늘에 가닿을 것입니다.”
방 안에 있던 모든 대신이 머리를 숙였다. 해을과 다루도 바닥에 이마를 붙이고 왕의 뜻을 받들었다. (- 74쪽에서)
가우리 나라 사람들이 하나둘 왕의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피비린내 나는 전쟁터에 느리고 고요한 노래가 울려 퍼졌다. 허허벌판 나라의 군사들은 칼을 휘두를 수가 없었다.
허허벌판 나라의 왕이 당황하며 소리를 질렀다.
“겁먹지 마라! 다시 쇠 나팔을 울려라!”
하지만 허허벌판 나라 군사들은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다루의 검고 소리는 계속되었다. 허허벌판 나라의 군사들을 향해 따뜻한 바람이 불어왔다. 머리칼을 쓰다듬어 주고, 옷자락에 묻은 모래 알갱이들을 털어 주었다.
타마 공주도 다시 피리를 불었다. 다루의 검고 소리는 타마 공주의 피리 소리를 기다려 주었다. 검고 소리는 피리 소리가 만든 빈 자리를 채워 주었다. 타마 공주의 얼굴에 만족스런 웃음이 피어올랐다.
목마름과 피로에 질려 있던 허허벌판 나라의 군사들이 울음을 터뜨렸다. 마치 어린아이처럼 어깨를 들썩이며 울기 시작했다. 그들은 난생 처음으로 눈물을 쏟아 냈다. 어떤 군사는 땅을 치며 울고 있었고, 어떤 군사는 어깨를 떨며 흐느꼈다. (- 138~139쪽에서)
_지은이 : 문숙현
한양대학교 대학원에서 국어 국문학을 공부하고 ‘백석의 아동 문학’ 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국악 방송 <행복한 하루>에서 작가로 일하고 있고, 어린이 국악 공연 극본, 국악 음악회 대본을 쓰기도 했다. 《검고 소리》를 시작으로 문학을 통해 우리 음악, 우리 악기의 향기를 어린이들에게 전할 수 있는 작품을 쓰고 싶어 한다. 《검고 소리》로 2005년 문예진흥원 창작 기금을 받았다.
_그린이 : 백대승
대학에서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공부했다. 애니메이션 《왕후 심청》의 아트 디렉터로 일했으며, 그린 책으로는 《하얀 눈썹 호랑이》, 《구렁덩덩 새 선비》, 《주먹이》, 《태양의 동쪽 달의 서쪽》, 《연이와 버들잎 소년》, 《무서운 호랑이들의 가슴 찡한 이야기》, 《나도 화랑이 되고 싶다》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