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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후기] 그럴 때, 당신은 누구를 떠올리나요? :: 2010/07/19 16:04
그럴 때, 당신은 누구를 떠올리나요 - <고마워요, 철학 부인> 편집 후기

그럴 때마다, 철학에게 물었습니다. 실은 이것이 맨 처음 꼽은 이 책의 제목이었습니다. 원고를 읽고, 중요한 문장들을 따로 담아두고, 한 쪽, 반 쪽, 한 단락, 한 문장. 추리고 추려보니 이 말이 남았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행복이 도대체 있기나 한가, 두려움은 피할 수 없는가, 이대로 운명에 굴복해야만 하는가……. 이 책의 저자인 알렉상드르 졸리앙은 이러한 질문들을 ‘감히’ 철학에 던집니다. 우리는 보통 또래와 어울리면서 세상에 눈을 틔우고, 다양한 경험을 겪으며 인간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는데 말입니다. 그가 어릴 때부터 영특한 철학자였기 때문일까요?
더 큰 이유는 그가 탯줄이 목에 감겨 죽을 뻔했다가 겨우 태어난 뇌성마비 장애인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감사의 글에 자신의 손이 되어준 친구와 자신이 사는 지역의 음성도서관을 빼놓을 수 없는 사람입니다. “자기의 건축―철학을 이용하는 한 방법”이라는 원제처럼 이 책은 장애를 운명으로 여기며 자기를 부정하고 세상을 외면하던 저자가 철학을 통해 어떻게, 얼마나 달라지게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철학 에세이입니다. 바로 그것이 이 책 《고마워요, 철학 부인》을 쓰게 된 이유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사실은 슬펐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박완서 선생님의 《친절한 복희 씨》를 읽다가 밑줄을 쳐둔 “알아듣는 것보다 어려운 일은 받아들이는 것이다”라는 말이 떠올라 겹쳤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1975년생, 이 책을 쓴 2006년에 겨우 서른둘의 나이였습니다. 그가 거둔 성찰의 깊이를 헤아릴 수는 없지만 철학에 몰두할 수밖에, 철학으로써야 삶의 위안을 얻을 수밖에 없는 저자 생각에 마음이 아렸습니다.
그런 그는 보에티우스가 감옥에서 철학 부인이 자신을 찾아와 대화를 나눈다는 상상으로 쓴 《철학의 위안》과 비슷하게 편지의 형식에 자신의 철학 여정을 이 책에 담았습니다. 편지의 수신자는 철학 부인과 ‘성가신 애인들’, 그리고 저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변화시키고 길러준 철학자들입니다. 즉 프랑스어에서 여성 명사인 철학(la philosophie), 공포(la frayeur), 죽음(la mort)을 의인화하여 그들에게, 또한 철학자 보에티우스, 에피쿠로스, 쇼펜하우어, 에라스무스, 스피노자, 에티 힐레숨에게 편지를 쓴 것입니다.
이 책에 담긴 열세 통의 편지로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보다 철학하는 삶의 가치입니다. 그는 “철학자의 저서를 읽는 것은 자기 자신을 변화시키고 지혜를 일깨우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또한 그는 우리에게 말합니다. 철학은 세상을 더 잘 싸우게 해주는 무기가 아니라 그런 무기를 내려놓게 해주는 용기라고, 운명에, 두려움과 죽음에 맞설 것이 아니라 그러하기에 현재에 충실하고 지금의 자신을 음미할 수 있다고 말입니다. 권태, 결핍, 두려움, 무력함과 종종 마주하게 될 때, 그럴 때마다 저도 철학에게 물을 겁니다.
[인문교양] 고마워요 철학부인 :: 2010/06/15 16:45
“나는 누구입니까,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그럴 때마다 나는, 철학에게 물었습니다

알렉상드르 졸리앙 지음 | 윤미연 옮김 | 288쪽
도서출판 푸른숲 | 편집_ 문학교양팀 이정규
들어가기 전에 8
철학 부인에게 12
나는 누구입니까 27
행복은 어디에 있습니까 69
희망이 없으면 두려움도 없습니다 123
우리는 살아 있기 때문에 죽습니다 165
우리는 자유롭게 태어난 게 아니라 의지로 자유로워집니다 199
운명에 자신을 내맡기는 것, 그것은 굴복이 아닙니다 245
나의 수신자들에 대한 간단한 정보 269
옮긴이의 글 275
주석 280
너그러운 여인의 모습으로 형상화한 철학, 그리고 자신을 변화시키고 길러준 철학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풀어 쓴 독특한 철학 에세이 《고마워요, 철학 부인》이 도서출판 푸른숲에서 출간되었다. “자기의 건축―철학을 이용하는 한 방법”이라는 원제처럼 이 책은 장애를 운명으로 여기며 저자 알렉상드르 졸리앙(Alexandre Jollien)이 자기를 부정하고 세상을 외면하던 저자가 철학을 통해 어떻게, 얼마나 달라지게 되었는지를 드러내 보여주는 철학 에세이다. 1975년생으로 서른둘의 나이에 이 책을 쓴 저자는 자신의 삶과 맞닿은 깊은 철학적 성찰을 편지 형식으로 한껏 드러내면서 우리에게 철학적 재미와 동시에 우리 역시 현실을 곰곰 돌아볼 기회를 제공한다.
5세기 로마 출신의 철학자 보에티우스는 억울하게 감옥에 갇힌다. 박학다식과 유능함으로 왕의 고문 자리까지 올랐지만 그의 능력을 질시한 이들에게 기회주의자로 몰려 반역죄의 누명을 쓰게 된 것이다. 감옥에서 그는 《철학의 위안》을 쓴다. 철학 부인이 그를 면회하러 찾아와 철학자들이 만든 치료제들을 그에게 상기시켜주고 철학 부인과 내면의 대화를 시작한다는 내용이다.
《고마워요, 철학 부인》은 이와 비슷하게 편지의 형식에 자신의 철학 여정을 담은 책이다. 편지의 수신자는 지은이가 너무나도 많은 빚을 졌다고 말하는 철학 부인과 ‘성가신 애인들’, 그리고 저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변화시키고 길러준 철학자들이다. 즉 프랑스어에서 여성 명사인 철학(la philosophie), 공포(la frayeur), 죽음(la mort)을 의인화하여 그들에게, 또한 철학자 보에티우스, 에피쿠로스, 쇼펜하우어, 에라스무스, 스피노자, 에티 힐레숨에게 편지를 쓴 것이다.
알렉상드르 졸리앙의 《고마워요, 철학 부인》은 우리에게 극복하려 발버둥치기보다는 받아들이고 내려놓을 줄 아는 용기를 얻은 한 인간의 소박하고 뜨거운 고백으로써 감동을 선사한다. 또한 그를 구축한 철학자들을 통해 철학이 난해하고 근엄한 현학의 세계가 아니라 내 삶을 보듬는 위안이 될 수 있음을 발견하게 해준다. 이 책은 졸리앙과 함께 떠나는 철학 여정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고 질문하여 지혜를 구하는 삶의 아름다움, 즉 철학과 철학하는 삶의 매력으로 인도하는 담백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나는 과거의 무게, 죄의식, 두려움, 일상의 속박들 때문에 자유롭게 앞을 향해 나아가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나의 이러한 무능함 때문에 나는 철학이 나에게 무엇을 가져다주는지, 철학이 내 눈앞에 보여주는 것이 어떤 것들인지 계속 자문하고 자세히 검토해보려는 것입니다. (8~9쪽)
내 생각으로는 철학자의 저서를 읽는 것은 자기 자신을 변화시키고 지혜를 일깨우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는 어떤 책을 펼칩니다. 그러면 어떤 목소리가 나에게 자신의 가르침을 들려줍니다. 나는 독자 여러분에게도 이 내밀한 대화를 체험하게 해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나의 안내인들과 함께 밟아나가는 여정을 담은 이 편지글을 쓴 것입니다. (10쪽)
나는 종종 이렇게 자문했습니다. “행복해지기 위해 내게 필요한 건 무엇일까?” 하지만 당신은 온화하면서도 인내심 있게 나의 관점을 이렇게 바꾸어놓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지금 여기서 행복해질까? 이제 멀리 있는 행복을 좇으려는 욕망을 과감히 버리고, 행복이 주어지는 그곳에서 현재의 행복을 음미하며 즐겨야 하지 않을까?” 우리에게 아주 유리한 패는 바로 선(善), 즉 행복에 다다르기는 아주 쉽다는 것입니다. (에피쿠로스에게_70쪽)
하지만 나의 선택들이 내가 모르는 많은 요인들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 그것은 분명 포기와는 다른 것입니다. 오히려 반대로, 내가 완전히 변화할 수 없다 하더라도 내 욕망들이 자유로운 기쁨을 향해 나아가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역설적으로 당신이 현실과 완벽함을 동일한 것으로 이해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나는 당신의 《에티카》를 대충 부분적으로 읽음으로써 나도 모르게 빠져들었을지도 모를 위험한 숙명론을 버릴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나는 그런 잘못된 독서법으로 자기만족과 오만을 정당화시킬 수 있는 논거들을 만들어내기까지 했을지도 모릅니다. “나는 존재한다, 그러므로 나는 완벽하다……”라는 식으로 말입니다. (스피노자에게_212쪽)
나의 스승 중 한 분인 스피노자는 소박한 삶을 살다가 숨을 거두었다. 나는 그가 종종 나에게 이렇게 말하는 소리를 듣는다. “자유로운 사람은 결코 죽음을 생각하지 않으며 죽음보다 삶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생각한다.” […] 스피노자는 내가 너를 생각할 때 나를 괴롭히는 현기증 나는 불안을 더 이상 피하지 말라고 권한다. 그는 인생을 그 자체로 사랑하는 법, 네가 불어넣는 공포 때문이 아니라 사랑을 위한 사랑으로 즐겁게 존재하는 법을 가르친다. 그는 나에게 이렇게 명확하게 설명해준다. “환자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자기가 싫어하는 것들을 억지로 먹는다. 그러나 건강한 사람은 먹는 것에서 즐거움을 느끼며, 죽음을 두려워하여 애써 피하고 싶어 하는 사람보다 삶을 더 잘 향유한다.” 스피노자 덕분에 나는 나의 삶 속에서 너에게 더 정당한 자리를 주려고 노력할 수 있다. (죽음에게_181쪽)
지은이 | 알렉상드르 졸리앙(Alexandre Jollien)
1975년 스위스 사비에스에서 태어났다. 스위스 프리부르 문과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였고 더블린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고대그리스어를 배우면서 본격적으로 철학과 저술 활동에 전념하기 시작했다. 그의 첫 책 《약자의 찬가》는 몽티용 문학철학 상과 아카데미 프랑세즈가 지원하는 문학창작 부문 몽타르 상을 수상했으며, 2002년 출간된 《인간이라는 직업》 역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탯줄이 목에 감겨 질식사 직전에 기적적으로 태어났지만 후유증으로 뇌성마비를 가지게 되었다. 그로 인해 불편과 고통, 난관에 수없이 부딪히고, 내면에 잠자고 있는 인식에 대한 강렬한 갈증을 해소하지 못한 그는 철학에 빠졌다. 졸리앙에게 철학은 ‘philein(사랑하다)’과 ‘sophia(지혜)’, 즉 ‘사랑이 담긴 겸허함’이다. 그는 철학자란 지혜를 아직 소유하지 못했기 때문에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 역시 고통을 덜고 구원을 얻는 방법으로서 철학을 만나지만, 철학이 불행을 덮어 가리는 유약이 아니라 세상을 생각하고 이해하고 깊이 연구하는 한 방법임을 깨닫게 되었다.
옮긴이 | 윤미연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대학교 불어불문학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랑스 캉 대학에서 공부했다.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가면을 쓴 과학》 《콜럼버스는 아메리카를 발견하지 못했다》 《나의 라디오 아들》 《첫 번째 부인》 《홍당무》 《구해줘》 《피카소》 《뒤피》 《장미》 《옥소도시》 《자연은 살아 있다》 《제2의 순수》 《초록색 정원에서 보내온 편지》 《불타는 세계》 《사랑을 막을 수는 없다》 《마지막 숨결》 《라디오 국어 사용자쇼》 《우리는 함께 늙어갈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동물원》 《어느 완벽한 2개 의 죽음》 《스튜디오 필로》 등이 있다.
[책달력] 6월 푸른숲 월페이퍼 - 예쁜 바탕화면 :: 2010/05/26 19:34
푸른숲 도서 월페이퍼
<철학부인>, <스튜디오 필로, 철학이 젊음에게 답하다>
<눈먼 소년 미로, 바다를 보다>, <물리가 뭐야>, <화학이 뭐야>
[푸른숲 신간] 스튜디오 필로, 철학이 젊음에 답하다 :: 2010/05/18 15:41
철학과 영화를 이야기하는 공간,
스튜디오 필로

올리비에 푸리올 지음 | 윤미연 옮김
도서출판 푸른숲 | 편집_ 문학교양팀 김미정
Lecture 1 : 의지의 사용법
모르면서 어떻게 행동할 수 있을까?
Lecture 2 : 의심의 사용법
의심을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을까?
Lecture 3 : 자유의 사용법
내가 자유롭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Lecture 4 : 정념의 사용법
행복할 때 사고가 더 활발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Lecture 5 : 고매함의 사용법
우리를 진정 인간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무엇일까?
이하 생략
영화와 철학의 만남을 통해 프랑스 젊은이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킨 신개념 철학 강의 《스튜디오 필로, 철학이 젊음에 답하다》. 2005년부터 매주 토요일 파리 13구역의 영화관 MK2에서 진행된 올리비에 푸리올의 철학 강의 ‘시네필로’는 바칼로레아 시험을 앞둔 프랑스 고3 학생 및 젊은 철학도들에게 열렬한 반응을 이끌어냈고, 이 같은 호응에 힘입어 2008년 프랑스 오랑주 TV의 〈스튜디오 필로〉라는 프로그램으로 제작되어 프랑스에 새로운 철학 읽기 바람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의 철학 강연은 2010년 현재 5시즌에 접어들어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으며, 이 강연의 1시즌에서 다룬 데카르트와 스피노자 철학의 핵심 내용을 모아 출간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데카르트는 ‘우리의’ 영화를 만드는 방법들,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 대상의 크기와 중요성을 확대하거나 축소시키는 방법들을 제시해줍니다. 우리는 유용한 방식으로 스스로 환상을 품는 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는 우리가 행동하기 위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상상 좌표계의 총체를 제공해줍니다. 운동선수들이 시합에 앞서 실시하는 이미지 트레이닝도 바로 그런 게 아닐까요?
_본문 165쪽
“레이먼, 넌 곧 죽는다!”
“제발!”
“레이먼, 대학에서 뭘 배웠지?”
“그냥 이런저런 거요.”
“이런저런 거? 그런 과목도 있나? 이봐, 난 뭘 전공했느냐고 물었는데?”
“생물학이오.”
“왜?”
“모르겠어요.”
“넌 뭐가 되고 싶었지, 레이먼 헤셀? 이봐 레이먼, 내가 묻잖아. 뭐가 되고 싶었냐고?”
“빨리 대답해! 젠장!”
“수의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동물?”
“예, 동물, 그냥 그런 거요.”
“그럼 공부를 더 해야겠군.”
“수의사가 되려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립니다.”
“그럼 죽을래?”
“아뇨, 제발.”
“여기서, 이 별 볼 일 없는 가게에서 이렇게 무릎을 꿇은 채로 뒈지는 게 더 좋아?”
“아닙니다. 제발, 쏘지 마세요…….”
“면허증은 내가 보관해두지. 지금부터 내가 널 철저히 감시할 거야. 난 네가 어디 사는지도 알거든. 6주 안에 수의사 공부를 다시 시작하지 않으면, 넌 죽은 목숨이야, 알겠나? 그러니까 당장 네 집구석으로 돌아가.”
_본문 30-31쪽
타일러는 자신이 보기에 결단력과 의지가 결핍되어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에게 의지를 전수해주려는 것입니다. 사실은 자신의 결단력을 타인에게 나눠주고 있는 겁니다. 그러니까 그는 일종의 현대판 예수인 셈이죠. (...) 데카르트는 우리에게 무엇을 가르쳐줄까요? 그 누구도 우리에게 욕망하는 법을 가르쳐줄 수는 없습니다. 그 누구도 우리 대신 욕망할 수 없습니다. 의지는 전수하거나 배워서 얻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데카르트는 우리 대신 욕망해주는 게 아니라 그 불가능성을 이해시키고자 합니다. 그 불가능성이 곧 의지와 자유의 핵심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_본문 32-33쪽
“왜 그런지 몰라도,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내 행동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았어요.”
지칠 줄 모르고 달리는 포레스트는 그렇게 말합니다. 그가 달리는 것을 본 사람들이 하나둘씩 뒤따라 달리기 시작합니다. (...) 사실, 의지가 행동으로 옮겨지는 광경보다 더 아름다운 장관이 어디 있을까요? 〈파이트 클럽〉의 타일러는 타인들에게 자유로워지라고 헛되이 강요함으로써 결국 실패하고 맙니다. 하지만 포레스트는 전혀 의도하지 않고도 타일러가 하려던 것을 해냅니다. 이렇게 말할 수 있다면, 포레스트는 자신의 의지를 유일한 예로 들어, 타인의 내면에 자유로워지고 싶은 욕망과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킵니다. 의지를 직접 교육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행동으로 보여줌으로써 얻어낸 효과지요. _본문 38-39쪽
_지은이 : 올리비에 푸리올(Ollivier Pourriol)
1973년생. 파리 고등사범학교 철학교수자격 소지자로 영화감독이자 소설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2003년에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감독한 단편영화 〈컷 인 몽타주Coupe au Montage〉는 국제영화페스티벌에서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2002년에 발표된 첫 번째 소설 《메피스토 왈츠Mephisto Valse》는 프랑스 문단과 독자들로부터 큰 호평을 받았고, 이후 이탈리아, 포르투갈, 독일, 그리스, 네덜란드어로 번역 출간되었다. 그 밖의 작품으로 《칼을 든 화가Le Peinture au couteau》, 《폴라로이드Polaroide》, 《위대한 도둑 알랭Alain, le grand voleur》이 있다.
_옮긴이 : 윤미연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대학교 불어불문학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랑스 캉 대학에서 공부했다.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가면을 쓴 과학》《콜럼버스는 아메리카를 발견하지 못했다》《나의 라디오 아들》《첫 번째 부인》《홍당무》《구해줘》《피카소》《뒤피》《장미》《옥소도시》《자연은 살아 있다》《제2의 순수》《초록색 정원에서 보내온 편지》《불타는 세계》《사랑을 막을 수는 없다》《마지막 숨결》《라디오 쇼》《우리는 함께 늙어갈 것이다》《세상에서 가장 작은 동물원》《어느 완벽한 2개 국어 사용자의 죽음》 등이 있다.
[신간] 메두사의 시선 - 김용석 철학 에세이 :: 2010/02/05 16:37

예견하는 신화, 질주하는 과학, 성찰하는 철학
급격한 문화 변동의 시대,
인간은 무엇이 되고 있는가?

김용석 지음 | 256쪽 | 값 15,000원
도서출판 푸른숲 | 편집_ 문학교양팀 이진
서문 - 사족과 몽상
1. 메두사의 시선
2. 에로스와 철학의 화살
3. 아라크네와 기예의 철학
4. 헤라클레스와 육체의 반어법
5. 크로노스와 서사 권력
6. 피그말리온의 타자성
7. 슬픈 미노타우로스
8. 아프로디테의 신호
9. 편재하는 나르키소스
10. 디오니소스와 포도주의 인식론
11. 스핑크스와 인간의 초상
12. 사유 매체로서 변신 이야기
《메두사의 시선》은 현대 과학이 구축한 새로운 삶의 조건에서 인간이 어떤 존재로 변해갈지, 또 그 변화한 인간은 세계를 어떤 모습으로 창조해갈지를 예측하고 전망하는 책이다. 그러나 이 책은 쏟아져 나오는 미래 예측서들과는 전혀 다른, 철학자만의 고유한 이야기 방식을 취하고 있다.
즉, 구체적인 답을 제시하기보다는 현재 우리가 맞닥뜨린 문제들을 신화 속 상징과 은유를 통해 보여줌으로써 독자 스스로 익숙한 이야기 속에서 질문하고 성찰하고 상상해볼 수 있도록 ‘생각의 장(場)’을 마련하고 있다. 이 책에서 신화는 단지 신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급격히 변화하는 인간의 현실을 가장 잘 반영할 수 있는 변화, 변신의 서사로서 훌륭한 사유 매체의 기능을 하고 있다.
고대의 신화가 현실과 관계 맺고 있다는 것은, 그것이 자연사의 은유 속에서 인간성의 다양한 모습과 소통하는 사건들을 보여주는 서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도 중요한 것은〔…〕이러한 ‘신화의 현실감’에 전제되는 것이 ‘변화’라는 사실이다. 현실 세계를 지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도 변화를 전제해야 한다. 신화가 현실의 거울이 될 수 있는 이유는 불변의 고착성 때문이 아니라 변화의 가능성 때문이다. 그래서 신화가 풍부한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하는 것이다. 자연사의 은유는 당연히 변화에 대한 은유이다. 자연은 엄청난 변화의 덩어리 그 자체이다. 신화가 현실을 반영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다양한 ‘변화’의 서사를 바탕에 깔고 있기 때문이다. - 223쪽
로봇의 등장이 인간에게 던질 다음 질문은 좀 더 근원적이다. 인간 존재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무엇이 될 수 있는가?’라는 물음이 그것이다.〔…〕인류는 자신보다 뛰어난 자질과 능력의 타자가 등장하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반겨야 할지 모른다. 그것이 결국에는 근원적인 자기 변화의 가능성이기 때문이다. - 108~109쪽
변신의 서사에는 초월적 믿음이 굳건하게 만든 최고의 원인도 없고, 불변의 절대자인 유일신도 없다. 경망스럽게 변하는 신들이 있을 뿐이다. 믿어야 할 신도 없고 믿을 만한 신도 없다. 그러므로 변신 이야기는 열린 가능성과 자유의 시․공간을 제공한다. 변신의 신화는 하늘 높이 날다 추락하더라도 이카로스에게 날개를 달아준다. - 228쪽
_지은이 : 김용석
철학자. ‘개념의 예술가’로 불리기도 하는 그는 개념과 예술의 관계처럼 논리와 감성의 아름다운 우정을 시도한다. 신화-과학-철학을 연계하는 작업도 이런 시도의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이를 에세이로 풀어내는 것도 그의 독특한 작업이다. 그의 삶에서 수필 쓰기의 경험은 꽤 오래되었고 지금도 그를 그림자처럼 동반하는 무엇이다. 고등학교 때에는 교내 백일장에서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추억을 담은 수필 〈아버지의 마지막 선물〉로 장원을 하기도 했다. 몇 년 전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고 온 날 밤 쓴 〈합장(合葬)〉은 수필 문우회가 선정하는 그해 수필 40선에 들기도 했다.
그가 철학의 비판적 기능 이상으로 철학의 ‘창조적’ 역할을 소중히 여기는 것도 이런 일련의 작업과 연관 있다. 그는 ‘철학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머물지 않고, ‘철학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다양하고 구체적인 실천으로 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에는 다양한 독자들과 폭넓게 대화의 장을 열 수 있는 ‘철학 에세이’를 활성화하는 일도 포함된다. 첨단 지식과 실험 정신으로 쓰는 철학 에세이는 지난한 작업인 만큼 그 열매는 달고 풍성하기 때문이다.
김용석은 로마 그레고리안 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그곳 철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1997년 귀국 후 연구와 강의는 물론 다양한 집필과 방송 활동을 해왔다. 일간지와 주간지를 비롯한 언론 매체에 기고하는 글에서 ‘문화 칼럼니스트’의 전형을 보여주었으며, 지식 사회와 예술계에 새로운 관점과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책들을 지속적으로 펴내고 있다. 지은 책으로 《문화적인 것과 인간적인 것》, 《미녀와 야수 그리고 인간》, 《일상의 발견》, 《두 글자의 철학》, 《철학 정원》, 《깊이와 넓이 4막 16장》, 《서사철학》, 《예술, 과학과 만나다》(공저) 등이 있다. 2010년 현재 영산대학교 학부대학 교수로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