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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막장이네요, 막장이야 - 치정이 난무하는 신화 (상) :: 2010/03/11 10:00
막장이네요, 막장이야 - 치정이 난무하는 신화 (상)
'아브라함이 이삭을 낳고 이삭은 야곱을 낳고 야곱은 유다와 그의 형제들을 낳고 유다는 다말에게서 베레스와 세라를 낳고 베레스는 헤스론을 낳고 헤스론은 람을 낳고 람은 아미나답을 낳고 아미나답은 나손을 낳고 나손은 살몬을 낳고... (후략)'
네, 마태복음 1장에 나오는 예수님의 족보 중 일부입니다. '낳고, 낳고, 낳고'가 반복되는 이 족보를 그리스 - 로마 신화의 족보로 가져 오면 이렇게 되겠네요.
‘제우스가 헤라에게서 헤파이스토스와 아레스, 에일레이티이아와 헤베를 낳고, 또 제우스가 이오에게서 에파포스를 낳고, 또또 제우스가 레다와 폴리데우케스와 헬레네를 낳고, 제우스가 레토에게서 아폴론을 낳고, 제우스가 마이아에게서 헤르메스를 낳고...’

이처럼 제우스는 그리스 - 로마 신화에서 여자를 밝히기로 유명한 신입니다. 멀쩡한 아내 헤라를 내버려두고 인간과 요정을 가리지 않고, 또한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유혹해 자손을 퍼뜨리지요. 신화 속 유명한 신들이나 영웅들은 대부분 제우스의 아들이자 딸인 경우가 많아요. 신화 최고의 영웅이라 일컬어지는 헤라클레스나, 스파르타의 선조인 라케다이몬, 크레타 왕 미노스, 테베 왕 암피온 등등... 뭐, 올림푸스 12신 가운데에서 제우스의 아들이 다섯명이나 되니 말 다했죠.
학자들은 이러한 제우스의 난봉질(?)이 도시국가로 나뉘어 있던 그리스가 하나의 국가로 통합되는 과정에서 각지의 여러 신들을 하나로 엮을 필요가 생겨나 한 족보로 각종 신과 영웅들, 왕들을 끌어 모으는 데에서 생겨난 것으로 보기도 합니다만... 뭐, 이야기 속 숨겨진 상징이나 의미는 잠깐 접어두기로 하죠.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아내의 유혹’ 뺨치는 막장 스토리가 신화 안에서 펼쳐지고 있다는 데에 있습니다.
남들이 뭐래도 내가 하면 사랑이야 - 편력의 제왕 제우스
앞서 말했지만, 제우스는 헤라 외에 수많은 여자들을 유혹하는데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레다의 경우엔 백조의 모습으로 변해 접근했고, 에우로페에겐 하얀 소로 변신해 그녀를 등에 태워 납치했죠. 그중 최강은 다나에의 경우입니다. 다나에는 손자에게 살해당할 것이라는 신탁을 들은 아버지에 의해 사나운 개들이 지키는 높은 탑에 갇히게 됩니다. 개미 하나 드나들 수 없는 엄중한 경비 속에 다나에는 안전하게 보호되는 듯 했지만, 제우스는 몸을 황금비(여기서 비는 rain. 하늘에서 내리는 비입니다.)로 변신시켜 탑 창틀 사이로 스며들어와 다나에를 유혹하죠. 이 정도면 거의 병적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최근에 큰 이슈가 된 모 골프선수의 편력증도 병으로 밝혀졌다죠. 네.

문제는 제우스의 그 많은 여자들 가운데 먼저 제우스를 유혹한 여자는 아무도 없었다는 겁니다. 아무것도 모르거나, 달아나려는 여자들에게 제우스가 강제로 접근한 게 대부분이에요. 하지만, 제우스의 아내인 헤라는... 무려‘정숙의 여신’이었습니다. 마치 정숙하신 B사감이 기숙사생들에게 부린 히스테리처럼, 헤라는 남편 제우스의 여자들을 하나 둘 응징(?)하기 시작합니다.


음악, 소설, 역사, 드라마 애호가이자 아이폰 탐구자.
Mika, Muse, Radiohead, Green day를 좋아합니다.
최근엔 추노와 The ting tings에 빠져 있습니다.
얄밉지만 사랑스러운 언년이 같은 글을 어떻게 하면 더 아껴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연재] 퍼시잭슨과 번개도둑 재밌게 보기 - 오스카의 신화 길라잡이 :: 2010/03/03 09:39
안녕하세요. 오스카입니다.
지난번 <퍼시 잭슨과 번개도둑>을 보고 올린 글을 읽으신 분들 가운데, 메두사 말고도 영화 안에서 등장하는 신들과 그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간단하게나마 영화 속에서 나온 그리스-로마 신화에 관한 기본적인 이야기들을 정리하고자 합니다.

1. 제우스, 포세이돈, 하데스 : 그리스 - 로마 신화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요?
<퍼시 잭슨과 번개도둑>은 거대한 포세이돈이 바다에서 성큼성큼 걸어 나오는 장면에서 시작됩니다. 뭐, 주인공 퍼시 잭슨이 포세이돈의 아들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실제 그리스 - 로마 신화에서도 포세이돈은 올림푸스 12주신(主神) 가운데 하나입니다. 거의 제우스 다음 가는 지위를 차지하고 있지요.
사실, 그리스 - 로마 신화는 좀 막장 드라마처럼 시작됩니다. 제우스와 포세이돈, 하데스의 아버지 크로노스는 자식을 낳으면 집어삼켜 버리는 괴상한 버릇을 가지고 있었어요. 사실 크로노스는 자기 아버지 우라노스를 고자로 만들어 쫓아낸 전력을 가진 인물이었습니다. 제 아버지를 그렇게 처참하게 쫓아냈으니 자신을 닮은 자식들이 자기처럼 그러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었던 게지요. 아버지처럼 쫓겨나기 싫었던 크로노스는 그렇게 산 채로 자식을 삼켜 자기 뱃속에 가두었던 거예요.
아무튼 아버지가 자식들을 꿀꺽꿀꺽 삼키는 이 상황에서 애가 타는 것은 어머니 레아였습니다. 보다 못한 그녀는 여섯 번째 자식 제우스를 크로노스의 ‘식사’로 바쳐야 하는 상황에서 제우스를 작은 바위와 바꿔치기 합니다. 크로노스는 그 사실도 모르고 바위를 꿀꺽하고 사라지지요. 몰래 빼돌려진 제우스는 산 속에서 요정들과 함께 자라납니다. 그리고 완전히 자란 후 돌아와 크로노스의 뱃속에서 자신의 다섯 형제들을 구하고 그들과 함께 아버지를 몰아내지요. 그렇게 반란의 주역이자 올림푸스의 새 주인이 된 제우스는 하늘을 담당하는 신이 됩니다. 그리고 바다는 포세이돈에게, 저승은 하데스에게 맡겨 다스리게 하지요. 그리고 나머지 세명의 여신(헤스티아, 헤라, 데메테르)들은 그들과 함께 올림푸스에 머물며 각자의 영역을 관할하기 시작합니다.
2. 번개가 뭐기에, 형제끼리 으르렁대며 싸워댈까요?
<퍼시잭슨과 번개도둑>에서 제우스와 포세이돈이 번개 때문에 싸우는 장면이 나와요. 포세이돈의 아들인 퍼시잭슨이 번개를 훔쳐갔다는 이유로 제우스가 따지는 거죠. 올림푸스를 차지한 제우스가 대장장이 신 헤파이토스를 시켜 만들어낸 번개는 제우스의 지위를 보장하는 최강의 무기였으니까요. 그게 사라졌으니 제우스가 예민해질 수 밖에요.

<네, 제우스는 번개의 신입니다>
앞서 말했듯, 그리스 - 로마 신화의 세계관 자체가 좀 막장(;;)입니다. 아들이 아버지를 몰아내는 경우가 예사로 일어나고, 신탁의 경우에도 ‘네 아들이 너를 죽일 것이다’ 류의 예언이 허다해요. 그걸 믿고 자식을 버리는 아버지도 수두룩... 부자지간도 이럴진대, 형제지간이라고 화목할까요. 번개가 누군가의 손에 들어가면 자신의 자리가 위태로워 질 거라 생각한 제우스는 누구도 믿을 수 없었던 거죠.
3. 데미갓(Demigod), 너넨 뭐니?

주인공 퍼시 잭슨은 데미갓, 즉 반신(半神)입니다. 부모 중 한 쪽이 신이고, 다른 쪽인 인간인 존재죠. 영원히 늙지 않고 죽지 않는 신들과는 달리, 소멸되는 육체를 가지고 있지만 신의 피가 흐르고 있기에 인간과는 다른 특출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스 - 로마 신화에서 활약하는 대부분의 영웅들은 이 반신들이에요. 헤라클레스, 페르세우스, 아킬레우스 등등. 퍼시 잭슨 역시 포세이돈의 아들답게 물을 다루는 기술을 구사하지요.

영화를 보는 내내 제 눈을 즐겁게 해줬던 아나베스도 지혜의 여신 아테나의 딸입니다. 원작에서는 지혜를 짜내고 전략을 세워 적을 제압하는 모습이 자주 나오는데, 영화에서는 그저 칼을 들고 돌격하는 열혈소녀로 그려져 아쉬운 면이 있었어요. 아테나는 전쟁의 신 '아레스'와 더불어 전쟁을 관할하고 있기도 한 여신입니다만... 전쟁의 양면성 : '야만'과 '냉정'을 구분지었던 신화의 메타포가 반영되어 있지 않아 아쉬웠어요.
4. 저승 가서도 작업은 계속된다 : 사티로스와 페르세포네

퍼시 잭슨의 친구 그로버는 염소의 다리를 가진 사티로스입니다. 그리스 - 로마 신화에서는 떼를 지어 다니며 산적질을 하거나 각종 사고를 치는 악마의 이미지로 등장해요. 사실 사티로스들은 술의 신 디오니소스의 시종들입니다. ‘음주가무, 주색’이란 단어에 걸맞게 사티로스들은 춤과 음악도 좋아하고 여자도 좋아합니다. 영화 안에서 그로버가 항상 여자에 둘러싸인 채 좋아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역시 사티로스는 어쩔 수 없나 봅니다.
그런 그로버를 적극적으로 유혹(?)하는 하데스의 아내의 이름은 페르세포네입니다. 곡물과 땅의 여신인 데메테르의 딸이죠. 친구들과 함께 들판으로 놀러나갔다가 그녀를 보고 반한 하데스에 의해 무려 납치(;;)를 당해 땅 속으로 끌려들어간 비운의 여인입니다. 데메테르는 딸을 돌려달라고 제우스에게 간청을 하고, 동생과 적절한(-_-;;) 타협 끝에 페르세포네는 1년의 4분의 1만 하데스와 함께 지내고 나머지 기간은 땅 위로 돌아갈 수 있게 됩니다. 딸과의 사이가 돈독했던 데메테르는 딸이 없는 동안엔 우울증에 걸려서 자신의 책무인 땅과 곡식을 돌보는 일을 하지 않습니다. 여기에서 곡식이 자라는 봄, 여름, 가을과 곡식이 자라지 않는 겨울이 구분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페르세포네의 귀환>, 레이턴 - 데메테르의 기쁨이 느껴지시나요?
영화에서는 그런 설정을 완전 무시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비운의 여인 페르세포네가... 남자를 유혹하는 이미지로 등장하다니요. 남편 하데스를 질색하는 것까진 이해하겠는데, 영화 속에서는 거의 ‘아내의 유혹’ 수준이었거든요.

<그리스 - 로마 신화를 소재로 만들어진 영화와 책>
사실 영화 <퍼시 잭슨과 번개 도둑>, 책 <메두사의 시선>을 보면서 저도 헷갈리는 부분이 많아 오랜만에 그리스 - 로마 신화를 펼쳐보게 되었습니다. 책마다 다르게 묘사된 이야기들도 많고, 영화 안에서도 현대적으로 변용하느라 무시된 면도 많았지만, 결국 그리스 - 로마 신화는 ‘사람처럼 느끼고 행동하는 신’이 등장한다는 데서 인간의 욕망과 그로인해 생겨나는 사건들을 그 어떤 이야기보다도 깊게 파고들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수천 년 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족 : 그나저나 우마 서먼이 연기한 메두사는 정말...!!

사족 2 : 따뜻한 댓글 작성은 잠깐이면 됩니다. 네.

음악, 소설, 역사, 드라마 애호가이자 아이폰 탐구자.
Mika, Muse, Radiohead, Green day를 좋아합니다.
최근엔 추노와 The ting tings에 빠져 있습니다.
얄밉지만 사랑스러운 언년이 같은 글을 어떻게 하면 더 아껴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연재] 오. 그런 슬픈 눈빛 하지 말아요, 메두사여 - 퍼시잭슨과 번개도둑 재밌게 보기 :: 2010/02/22 21:09

해리포터가 킹스 크로스 역 9와 4분의 3 승강장에서 호그와트로 향하는 기차를 타고 떠난 다음부터 도시에는 수많은 ‘고대의 산물’들이 뛰어들기 시작했습니다. 고층 빌딩 사이를 넘나들며 장풍을 쏴대는 무협지 속 ‘고수’들이 등장하는가 싶더니, 요즘엔 아예 5백년 전에 사람들 입에서 오르내리던 도사가 봉인을 뚫고 현대에 등장했다는 설정의 영화까지 나와 버렸죠. 예쁜 애인이 알고 보니 외계인이었고, 옆집에 살고 있는 사람이 스파이였다, 이런 설정은 이젠 시시하게 느껴질 지경이에요.

최근 <퍼시잭슨과 번개도둑>이란 영화를 보았습니다. 이 영화는 그리스 - 로마 신화의 설정들을 통째로 현대 도시로 옮겨놓았어요. 주인공은 바다의 신 포세이돈과 인간 여자 사이에서 난 반신(半神)이고, 가장 친한 친구는 알고 보니 사티로스(그리스 - 로마 신화에 나오는 하반신이 염소 모양인 괴물)였고,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엔 올림푸스로 가는 문이 있는가 하면 포세이돈과 제우스가 그 앞에서 말다툼을 벌이기도 하죠.
뭔가 설정이 난삽하게 동원되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려웠지만, 영화 자체의 아이디어와 소재가 톡톡 튄다는 점은 부정할 수가 없었어요. 세상에, 터번과 선글라스로 저주받은 머리와 눈을 가리고 다니는 메두사라니. 그걸 매끈한 아이팟 터치 뒷면을 거울삼아 비춰 해치우는 주인공의 센스라니. 사실, 메두사 역으로 우마 서먼이 나와서 깜짝 놀랐어요. 그리고 배우에 비해 생각 외로 메두사의 비중이 작아서 아쉽기도 했고요. 우마 서먼은 극본 안 메두사의 설정과 캐릭터에 반해서 출연을 결정했다고 합니다.

메두사는 알고 보면 굉장히 불행한 여자입니다. 실은 그리스 -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여인들이 불쌍하지요. 대부분의 남신(男神)들이 호색한인지라 그들에게 유혹당한 후 버려지기 일쑤거든요. 게다가 여신들은 왜 그리 질투와 시샘이 많으신지. 자기 남편하고 놀아났다고 저주, 자기보다 능력이 더 좋다고 저주, 예쁘다고 저주 (쯧쯧쯧). 메두사 역시 지혜의 여신 아테나로부터 저주를 받아 괴물이 된 케이스예요.
찰랑대는 엘라스틱(?)한 머릿결을 자랑하던 미모의 여인이었는데, 포세이돈의 눈에 들게 된 게 비극의 시작이었죠. 그래서 신과의 위험한 연애를 시작한 것까진 좋았는데, 하필 사랑을 나눈 장소가 아테나의 신전이었다니. 포세이돈 입장에선 자기를 짝사랑하는 아테나에게 보란 듯 저지른 행동이었겠지만, 힘없는 메두사는 무슨 죄인가요. 질투와 굴욕에 눈이 먼 아테나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뱀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결국 메두사는 자신을 바라보는 모든 사람이 돌이 되어버리는 괴물이 되고 말죠. 세상 사람들의 애정 어린 시선을 받던 미모의 여인에게 이 얼마나 잔혹한 저주인가요. 잔인한 아테나는 거기에 그치지 않고 페르세우스를 시켜 그녀를 처치하게 하고 그녀의 목을 잘라 자기 방패에 달기까지 했어요.
웬만한 그리스 - 로마 신화에서 메두사는 페르세우스의 영웅담 속에서 처음 등장해요. 그래서 ‘인간 메두사’의 슬픈 이야기는 그저 그런 괴물들의 비하인드 스토리일 뿐, ‘괴물 메두사’로 전락한 그녀는 페르세우스 이야기 속에서는 영웅의 손에 처치되어야 할 무서운 괴물일 뿐이죠. 그래서인지 영화를 보는 내내 아이들에 의해 목이 잘린 채 도구처럼 사용되는 그녀를 보며 마음이 착잡했습니다. 분명 그녀는 인격이 있는 생명체인데 무서운 생물병기처럼 경고문이 붙은 냉장고에 봉인해두기까지 하고 말이죠.

<메두사의 시선> 안에서 메두사의 시선은 모든 사물의 본질을 ‘돌’이라는 하나의 정의로 분석하려는 과학 활동의 은유라고 정의되어 있어요. 그 밖에도 피그말리온이 집념 하나로 인간으로 만들어낸 석고상은 로봇으로, 큐피트의 화살은 사람에 대한 공부인 철학이 ‘앎’에 천착한 나머지 정작 주축이 되는 ‘사람’을 잃어가는 것을 보여준다고 이야기하고 있죠. 영화가 현대 일상 속에 그리스 - 로마 신화를 가져다 놓았다면, 이 책은 그리스 - 로마 신화 속에 현대의 문제점을 가져다 놓았다고 할 수 있어요.
책 안에서 이루어지는 신화와 현대 사회의 문제들의 접합을 흥미 있게 읽고 나서도, 왜 전 표지에 그려진 메두사의 모습이 안쓰러울까요. 카라바조의 원작 그림과 달리 흉측하게 벌어진 입이 가려져서일까요, 그녀의 눈빛이 상대를 돌로 만들어 버리는 저주의 눈빛이 아닌, 예전처럼 자신을 따뜻하게 바라봐줄 사람을 그리워하는 것만 같습니다. 진정한 ‘괴물’은 사람을 돌로 만들어버리는 ‘그녀’가 아니라, 용모가 바뀐 그녀에게 따뜻한 시선 한번 주지 않은 ‘사람들’이 아니었나 생각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