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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막장이네요, 막장이야 - 치정이 난무하는 신화 (하) :: 2010/03/16 11:13
불륜녀 뺨 때리기 - 니가 내 남편을 꼬셔?
전편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제우스의 연인들은 대부분 힘없고 나약하기만한 평범한 인간 여자들이었습니다. 질투에 눈이 먼 헤라의 분노를 감당할래야 감당할 수 없었죠. 왜 예나 지금이나 모든 일의 원흉인 남편을 잡아 족치지 않고 불륜녀들만 괴롭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헤라는 각양각색의 방법으로 불륜녀들을 괴롭힙니다.
이오의 경우엔 아내의 등쌀에 겁이 난 제우스가 암소로 변신시켜 눈을 피해보려 했지만, 눈치 빠른 헤라가 그걸 알고 암소로 변한 이오를 선물로 달라고 해, 눈이 백 개 달린 괴물 아르고스가 감시하도록 했죠. 후에 이오는 제우스의 명을 받은 헤르메스에 의해 구조되지만, 헤라가 보낸 등에에게 무참히 쏘이며 크레타 해를 헤엄쳐 건너는 생고생을 하게 됩니다.

레토의 경우엔 제우스의 자식을 낳을 때 그녀에게 해산할 곳을 주지 말라는 헤라의 명을 받은 땅과 섬들이 그녀를 거부하는 바람에 끝없는 진통을 겪으며 바다 위를 떠돌아야만 했죠. 은근히 바라보고만 있던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수를 씁니다. 아직 바다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둥둥 떠 다니던 섬에서 레토가 머물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하지만 헤라가 어디 보통 여자던가요, 올림푸스의 권력을 꽉 쥐고 있는 여제 아니던가요. 레토는 아이를 낳으려 열심히 힘(?)을 주어 보지만, 아이는 나오지 않고 진통만 계속됩니다. 헤라가 자신의 딸인 출산의 여신 에일레이튜이아를 보내주지 않았기 때문이죠. 결국 레아는 보다 못한 제우스가 에일레이튜이아를 설득하기까지 9일 밤을 진통에 시달려야 했답니다.

배가 아픈데, 다음 정류장까지는 30분 넘게 남은 출근 버스 안 상황이 떠올랐어요.
물론 레토가 겪었을 고통에는 비교할 바 아니지만요.

<이오가 등에에 쏘이고, 레아가 진통에 시달리며 헤메던 에게 해와 크레타 해 일대>
지금도 배를 타고 지나가면 이오와 레아의 울음소리 비슷한 바닷바람 소리가 들려온대요(거짓말)
세멜레는 가장 비극적으로 죽은 제우스의 연인입니다. 제우스와 세멜레가 한창 밀애를 나누고 있다는 걸 알게 된 헤라는 세멜레를 키워준 유모의 모습으로 변해 세멜레에게 접근합니다. 그리곤 “아가씨가 만나고 있는 사람이 제우스를 사칭한 가짜일 수도 있으니, 다음에 만나면 ‘당신이 진짜 제우스라면 신의 모습으로 나타날 것’을 스틱스 강에 맹세 시키세요.”라고 조언하지요. 헤라의 계략에 말려든 제우스는 스틱스 강에 맹세하고 세멜레의 어떤 소원이라도 들어주겠노라 약속합니다. 스틱스 강에 건 맹세는 아무리 최고신 제우스라도 저버릴 수 없는 것이었답니다. 순진한 세멜레는 유모의 말을 그대로 옮기고, 제우스는 이를 악물고 올림푸스에서 지내는 본 모습으로 세멜레 앞에 섭니다. 그리고 세멜레는 신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광채와 열기에 의해 타 죽고 말지요. 그때 세멜레의 몸 속엔 제우스의 아기가 자라고 있었는데, 제우스는 그녀의 배 속에서 아기를 꺼내 자신의 허벅지에 넣어 키웁니다. 그리고 달을 채우고 태어난 아기는 술의 신 디오니소스가 됩니다.. 후에 세멜레는 디오니소스에 의해 지옥에서 구해지고, 올림푸스까지 오르게 됩니다. 결국, 해피, 해피엔딩.

'너무 화려해서 죽을 것 같아!'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그림이지요. 신의 모습을 보겠다는 세멜레의 순진하지만 무모한 욕심이 화를 불렀습니다. 그림을 보고 있으면 지나치게 화려해서 불쾌한 느낌마저 드는데, 이건 화가가 의도한 것일까요?
이 정도면 현대 드라마에 나오는 ‘불륜녀 뺨 때리기’ 혹은 ‘머리 끄댕이 잡고 소리치며 싸우기’는 비교도 안 되는 수준이지요. 인간인데 신과 사랑했다는 이유로 인간처럼 살지 못하고 방황하게 되거나, 온 몸이 불타 죽기도 하니 말이죠.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제우스의 부모격인 크로노스와 레아가 그 사이에 끼어들진 않는다는 점일 거예요. 막장 드라마를 보면 불륜남의 부인 못지않게 그 어머니가 무섭게 등장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연재] 막장이네요, 막장이야 - 치정이 난무하는 신화 (상) :: 2010/03/11 10:00
막장이네요, 막장이야 - 치정이 난무하는 신화 (상)
'아브라함이 이삭을 낳고 이삭은 야곱을 낳고 야곱은 유다와 그의 형제들을 낳고 유다는 다말에게서 베레스와 세라를 낳고 베레스는 헤스론을 낳고 헤스론은 람을 낳고 람은 아미나답을 낳고 아미나답은 나손을 낳고 나손은 살몬을 낳고... (후략)'
네, 마태복음 1장에 나오는 예수님의 족보 중 일부입니다. '낳고, 낳고, 낳고'가 반복되는 이 족보를 그리스 - 로마 신화의 족보로 가져 오면 이렇게 되겠네요.
‘제우스가 헤라에게서 헤파이스토스와 아레스, 에일레이티이아와 헤베를 낳고, 또 제우스가 이오에게서 에파포스를 낳고, 또또 제우스가 레다와 폴리데우케스와 헬레네를 낳고, 제우스가 레토에게서 아폴론을 낳고, 제우스가 마이아에게서 헤르메스를 낳고...’

이처럼 제우스는 그리스 - 로마 신화에서 여자를 밝히기로 유명한 신입니다. 멀쩡한 아내 헤라를 내버려두고 인간과 요정을 가리지 않고, 또한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유혹해 자손을 퍼뜨리지요. 신화 속 유명한 신들이나 영웅들은 대부분 제우스의 아들이자 딸인 경우가 많아요. 신화 최고의 영웅이라 일컬어지는 헤라클레스나, 스파르타의 선조인 라케다이몬, 크레타 왕 미노스, 테베 왕 암피온 등등... 뭐, 올림푸스 12신 가운데에서 제우스의 아들이 다섯명이나 되니 말 다했죠.
학자들은 이러한 제우스의 난봉질(?)이 도시국가로 나뉘어 있던 그리스가 하나의 국가로 통합되는 과정에서 각지의 여러 신들을 하나로 엮을 필요가 생겨나 한 족보로 각종 신과 영웅들, 왕들을 끌어 모으는 데에서 생겨난 것으로 보기도 합니다만... 뭐, 이야기 속 숨겨진 상징이나 의미는 잠깐 접어두기로 하죠.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아내의 유혹’ 뺨치는 막장 스토리가 신화 안에서 펼쳐지고 있다는 데에 있습니다.
남들이 뭐래도 내가 하면 사랑이야 - 편력의 제왕 제우스
앞서 말했지만, 제우스는 헤라 외에 수많은 여자들을 유혹하는데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레다의 경우엔 백조의 모습으로 변해 접근했고, 에우로페에겐 하얀 소로 변신해 그녀를 등에 태워 납치했죠. 그중 최강은 다나에의 경우입니다. 다나에는 손자에게 살해당할 것이라는 신탁을 들은 아버지에 의해 사나운 개들이 지키는 높은 탑에 갇히게 됩니다. 개미 하나 드나들 수 없는 엄중한 경비 속에 다나에는 안전하게 보호되는 듯 했지만, 제우스는 몸을 황금비(여기서 비는 rain. 하늘에서 내리는 비입니다.)로 변신시켜 탑 창틀 사이로 스며들어와 다나에를 유혹하죠. 이 정도면 거의 병적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최근에 큰 이슈가 된 모 골프선수의 편력증도 병으로 밝혀졌다죠. 네.

문제는 제우스의 그 많은 여자들 가운데 먼저 제우스를 유혹한 여자는 아무도 없었다는 겁니다. 아무것도 모르거나, 달아나려는 여자들에게 제우스가 강제로 접근한 게 대부분이에요. 하지만, 제우스의 아내인 헤라는... 무려‘정숙의 여신’이었습니다. 마치 정숙하신 B사감이 기숙사생들에게 부린 히스테리처럼, 헤라는 남편 제우스의 여자들을 하나 둘 응징(?)하기 시작합니다.


음악, 소설, 역사, 드라마 애호가이자 아이폰 탐구자.
Mika, Muse, Radiohead, Green day를 좋아합니다.
최근엔 추노와 The ting tings에 빠져 있습니다.
얄밉지만 사랑스러운 언년이 같은 글을 어떻게 하면 더 아껴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연재] 퍼시잭슨과 번개도둑 재밌게 보기 - 오스카의 신화 길라잡이 :: 2010/03/03 09:39
안녕하세요. 오스카입니다.
지난번 <퍼시 잭슨과 번개도둑>을 보고 올린 글을 읽으신 분들 가운데, 메두사 말고도 영화 안에서 등장하는 신들과 그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간단하게나마 영화 속에서 나온 그리스-로마 신화에 관한 기본적인 이야기들을 정리하고자 합니다.

1. 제우스, 포세이돈, 하데스 : 그리스 - 로마 신화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요?
<퍼시 잭슨과 번개도둑>은 거대한 포세이돈이 바다에서 성큼성큼 걸어 나오는 장면에서 시작됩니다. 뭐, 주인공 퍼시 잭슨이 포세이돈의 아들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실제 그리스 - 로마 신화에서도 포세이돈은 올림푸스 12주신(主神) 가운데 하나입니다. 거의 제우스 다음 가는 지위를 차지하고 있지요.
사실, 그리스 - 로마 신화는 좀 막장 드라마처럼 시작됩니다. 제우스와 포세이돈, 하데스의 아버지 크로노스는 자식을 낳으면 집어삼켜 버리는 괴상한 버릇을 가지고 있었어요. 사실 크로노스는 자기 아버지 우라노스를 고자로 만들어 쫓아낸 전력을 가진 인물이었습니다. 제 아버지를 그렇게 처참하게 쫓아냈으니 자신을 닮은 자식들이 자기처럼 그러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었던 게지요. 아버지처럼 쫓겨나기 싫었던 크로노스는 그렇게 산 채로 자식을 삼켜 자기 뱃속에 가두었던 거예요.
아무튼 아버지가 자식들을 꿀꺽꿀꺽 삼키는 이 상황에서 애가 타는 것은 어머니 레아였습니다. 보다 못한 그녀는 여섯 번째 자식 제우스를 크로노스의 ‘식사’로 바쳐야 하는 상황에서 제우스를 작은 바위와 바꿔치기 합니다. 크로노스는 그 사실도 모르고 바위를 꿀꺽하고 사라지지요. 몰래 빼돌려진 제우스는 산 속에서 요정들과 함께 자라납니다. 그리고 완전히 자란 후 돌아와 크로노스의 뱃속에서 자신의 다섯 형제들을 구하고 그들과 함께 아버지를 몰아내지요. 그렇게 반란의 주역이자 올림푸스의 새 주인이 된 제우스는 하늘을 담당하는 신이 됩니다. 그리고 바다는 포세이돈에게, 저승은 하데스에게 맡겨 다스리게 하지요. 그리고 나머지 세명의 여신(헤스티아, 헤라, 데메테르)들은 그들과 함께 올림푸스에 머물며 각자의 영역을 관할하기 시작합니다.
2. 번개가 뭐기에, 형제끼리 으르렁대며 싸워댈까요?
<퍼시잭슨과 번개도둑>에서 제우스와 포세이돈이 번개 때문에 싸우는 장면이 나와요. 포세이돈의 아들인 퍼시잭슨이 번개를 훔쳐갔다는 이유로 제우스가 따지는 거죠. 올림푸스를 차지한 제우스가 대장장이 신 헤파이토스를 시켜 만들어낸 번개는 제우스의 지위를 보장하는 최강의 무기였으니까요. 그게 사라졌으니 제우스가 예민해질 수 밖에요.

<네, 제우스는 번개의 신입니다>
앞서 말했듯, 그리스 - 로마 신화의 세계관 자체가 좀 막장(;;)입니다. 아들이 아버지를 몰아내는 경우가 예사로 일어나고, 신탁의 경우에도 ‘네 아들이 너를 죽일 것이다’ 류의 예언이 허다해요. 그걸 믿고 자식을 버리는 아버지도 수두룩... 부자지간도 이럴진대, 형제지간이라고 화목할까요. 번개가 누군가의 손에 들어가면 자신의 자리가 위태로워 질 거라 생각한 제우스는 누구도 믿을 수 없었던 거죠.
3. 데미갓(Demigod), 너넨 뭐니?

주인공 퍼시 잭슨은 데미갓, 즉 반신(半神)입니다. 부모 중 한 쪽이 신이고, 다른 쪽인 인간인 존재죠. 영원히 늙지 않고 죽지 않는 신들과는 달리, 소멸되는 육체를 가지고 있지만 신의 피가 흐르고 있기에 인간과는 다른 특출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스 - 로마 신화에서 활약하는 대부분의 영웅들은 이 반신들이에요. 헤라클레스, 페르세우스, 아킬레우스 등등. 퍼시 잭슨 역시 포세이돈의 아들답게 물을 다루는 기술을 구사하지요.

영화를 보는 내내 제 눈을 즐겁게 해줬던 아나베스도 지혜의 여신 아테나의 딸입니다. 원작에서는 지혜를 짜내고 전략을 세워 적을 제압하는 모습이 자주 나오는데, 영화에서는 그저 칼을 들고 돌격하는 열혈소녀로 그려져 아쉬운 면이 있었어요. 아테나는 전쟁의 신 '아레스'와 더불어 전쟁을 관할하고 있기도 한 여신입니다만... 전쟁의 양면성 : '야만'과 '냉정'을 구분지었던 신화의 메타포가 반영되어 있지 않아 아쉬웠어요.
4. 저승 가서도 작업은 계속된다 : 사티로스와 페르세포네

퍼시 잭슨의 친구 그로버는 염소의 다리를 가진 사티로스입니다. 그리스 - 로마 신화에서는 떼를 지어 다니며 산적질을 하거나 각종 사고를 치는 악마의 이미지로 등장해요. 사실 사티로스들은 술의 신 디오니소스의 시종들입니다. ‘음주가무, 주색’이란 단어에 걸맞게 사티로스들은 춤과 음악도 좋아하고 여자도 좋아합니다. 영화 안에서 그로버가 항상 여자에 둘러싸인 채 좋아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역시 사티로스는 어쩔 수 없나 봅니다.
그런 그로버를 적극적으로 유혹(?)하는 하데스의 아내의 이름은 페르세포네입니다. 곡물과 땅의 여신인 데메테르의 딸이죠. 친구들과 함께 들판으로 놀러나갔다가 그녀를 보고 반한 하데스에 의해 무려 납치(;;)를 당해 땅 속으로 끌려들어간 비운의 여인입니다. 데메테르는 딸을 돌려달라고 제우스에게 간청을 하고, 동생과 적절한(-_-;;) 타협 끝에 페르세포네는 1년의 4분의 1만 하데스와 함께 지내고 나머지 기간은 땅 위로 돌아갈 수 있게 됩니다. 딸과의 사이가 돈독했던 데메테르는 딸이 없는 동안엔 우울증에 걸려서 자신의 책무인 땅과 곡식을 돌보는 일을 하지 않습니다. 여기에서 곡식이 자라는 봄, 여름, 가을과 곡식이 자라지 않는 겨울이 구분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페르세포네의 귀환>, 레이턴 - 데메테르의 기쁨이 느껴지시나요?
영화에서는 그런 설정을 완전 무시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비운의 여인 페르세포네가... 남자를 유혹하는 이미지로 등장하다니요. 남편 하데스를 질색하는 것까진 이해하겠는데, 영화 속에서는 거의 ‘아내의 유혹’ 수준이었거든요.

<그리스 - 로마 신화를 소재로 만들어진 영화와 책>
사실 영화 <퍼시 잭슨과 번개 도둑>, 책 <메두사의 시선>을 보면서 저도 헷갈리는 부분이 많아 오랜만에 그리스 - 로마 신화를 펼쳐보게 되었습니다. 책마다 다르게 묘사된 이야기들도 많고, 영화 안에서도 현대적으로 변용하느라 무시된 면도 많았지만, 결국 그리스 - 로마 신화는 ‘사람처럼 느끼고 행동하는 신’이 등장한다는 데서 인간의 욕망과 그로인해 생겨나는 사건들을 그 어떤 이야기보다도 깊게 파고들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수천 년 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족 : 그나저나 우마 서먼이 연기한 메두사는 정말...!!

사족 2 : 따뜻한 댓글 작성은 잠깐이면 됩니다. 네.

음악, 소설, 역사, 드라마 애호가이자 아이폰 탐구자.
Mika, Muse, Radiohead, Green day를 좋아합니다.
최근엔 추노와 The ting tings에 빠져 있습니다.
얄밉지만 사랑스러운 언년이 같은 글을 어떻게 하면 더 아껴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