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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셉이 분명하면 디자인은 저절로 - 사진이 있는 북디자인 #2 :: 2010/07/21 18:56

컨셉이 분명하면 디자인은 저절로!
-언젠가 떠날 너에게 런던을 속삭여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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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런던을 다녀온 여행기이긴 한데,
온통 책 얘기와 책 속의 인물과 역사 속 인물들 얘기로 가득한 원고 앞에서
담당편집자와 나는 갈피를 잡지 못했다.
우선 본문 진행이 급하니 어찌어찌 판형을 잡아서 글을 흘려놓긴 하였으나, 사진이 실로 난감했다.
사람들이 '런던' 하면 떠올릴 그럴듯한 사진을 찾을 수가 없었다.
설상가상 모든 사진이 10~15도 각도로 기울어져있었다.
아, 이건 또 무슨 만행(?)이란 말인가!
나중에 들으니 이 삐딱한 시선의 원인은 직업병이었다.
인터뷰 할땐 언제나 오른손으로 커다란 마이크를 비스듬히 말하는 사람 입 가까이 대어야 하는지라
그 각도가 몸에 배어 셔터를 누르는 오른손의 각도도 그리되었다는 나름 과학적인 해명이었다.
정녕 라디오 피디에겐 좋은 사진을 기대할 수 없단 말인가?

편집자와 베란다에서 무수히 담배를 피워댄 끝에
4도 컬러와 작별을 고했다. 흑백으로 바꾼 사진을 각 장별로 네 쪽 안팎에 몰아 넣기로 했다.

하지만, 여전히 완성된 책의 모습이 어렴풋하게라도 그려지지가 않았다.
내가 무슨 책을 만들고 있는거지?

정혜윤 피디를 만났다.
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cbs방송국 앞에서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며 얘기를 나눴다.
책, 영화, 음악, 그리고 만난 사람들 얘기를 유쾌하고 재미나게 들려주는
정혜윤 피디를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사진 만행은 용서하기로했다(속으로 혼자서......흐흐).
정혜윤 피디가 어떤 생각 어떤 느낌으로 이 글을 썼는지를 찬찬이 들었고,
얘기를 주고 받으며 우리는 희미한 단서를 찾았다.

그날 이후로도 한동안 편집자가 끙끙대다가 마침내 뽑아낸 컨셉이 바로 '속삭이다' 였다.
언젠가 떠날 당신에게 누군가가 매일 밤 런던 얘기를 전화기를 붙들고 소근소근 속삭여준다니!
그날 이후로 모든 것이 '전광석화', '일사천리' 였다. 글이 갑자기 자기 본질을 드러냈다.

이글은 아직 런던에 가보지 못한 사람들, 언젠가는 런던에 갈 계획을 갖고 있는 사람들,
런던에 가보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하는 사람들, 런던에 가지는 못해도 런던을 좀 알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썼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와 함께 런던에 가지 못한, 유달리 내말을 잘 들어 주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매일 밤 창가에 날아든 밤새가 그런 것처럼 귀에 대고속삭여주는 심정으로 썼다.
하지만 어쩌면 런던은 핑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도쿄와 뉴욕이라고 해도 상관없을지 모른다. 나는 도시의 이름을 빌어 갈망과 호기심과
또다른 세계와 또 다른 삶에 대해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어떤 도시든 그 도시의 풍경은 자신의 시선과 감정 속에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떠난다는 말은 단지 목적지만을 지칭하는 말은 아닐 것이다.
-서문 가운데에서

서문에 이 책의 컨셉이 근사하게 표현되어 있다.

어렴풋하게 어른거리기만 하던 책의 모습이 분명해지자,
퍼뜩 정신을 차리고 그때까지도 무작정 흐르고만 있던 글을 다잡아 새롭게 의미를 부여했다.
어정쩡하게 엉덩이를 걸치고  있던 사진들도 자기 자리들을 찾아서 후닥닥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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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도입부 사진 모음 페이지 펼침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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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중 펼침면

표지도 당연히 속삭이는 모습이 되어야 했다.
정혜윤 피디는 '침대와 책(웅진)' , '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푸른숲)' 에서 모두
자신이 표지 모델이 되었다. 이번에도?
그러기로 했다. 의견을 빠르게 주고 받으며 촬영 계획을 잡았다.

런던의 어디 호텔이나 모텔 쯤. 창문이 반쯤 열려 있고, 부드러운 바람에 커튼이 살짝 흔들린다.
아직 저녁 무렵의 빛이 좀 남아있어서 불은 켜져 있지 않다.
바닥에 벗어 놓은 신발, 여행 가방이 반쯤 열려있고 옷가지가 조금 삐져나와 있는게 보인다.
책 몇 권도 바닥에 놓여 있다.
우리의 속삭이는 주인공은 침대에 앉아(엎드려, 누워) 전화기를 꼬옥 붙들고
'천일야화'를 한없이 속삭이기 시작한다.

뭐 이런 그림을 서로 그렸다.

정혜윤 피디와 친분이 있는 사진가 '이상엽' 님이 사진을 찍어 주기로 했다.
다큐멘터리를 찍던 분이 연출 사진을 찍어야 하는 난감함이 사진가에게 있었지만,
땀을 뻘뻘 흘리며 열심히 애써주셨다.
핵심 소품은 공중전화기와 아주 오래된 샘소나이트 여행가방이었다.
둘 다 정혜윤 피디가 수완을 발휘해 빌려 온 것인데,
여행가방은 옛 영화배우 문오장 선생이 쓰던 것이었다. 세상에...
큰 가방은 옷가방, 작은 가방은 분장에 쓰던 소품을 넣던 가방인 듯 했다.
작은 가방을 열자 분 냄새가 아련히 밀려왔다.
이 작은 소품 하나에도 놀랄만한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 것이다.

회사 안에서도 찍고, 출판 단지 이곳 저곳을 다니며 찍었다.
단지 안에 있는 호텔에서도 찍긴 했으나, 신통치 않았다.
나는 맨 처음 회사 안에서 찍은 사진을 골라냈다.
오래된 나무 소파와 바닥에 깔린 양탄자가 이야기를 만들어 주었다.
서문에 언급된 “천일야화”의 페르시아 여자 셰에라자드 이미지와 겹쳐졌다.
그것에 어울리는 타이포를 영문서체를 참조해가며 레터링했다.

화면작업을 하면서 하나씩 디테일을 조정해나갔다.
모델 얼굴이 부각되지 않도록 어둡게 리터칭하고,
사진 몇 군데를 잘라 일부러 어긋나게 겹쳐서 시간과 공간이 단일하지 않다는 점을 암시했다.
왼손 검지가 지시하는 바가 강했기 때문에 왼손에서 시작해서
가방, 양탄자를 따라서 사선으로 여행지 이름을 흐르게 했다.
사이사이에 여행을 연상시키는 아이콘을 넣어 잔재미도 살짝 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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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타이포의 가독성이 조금 걱정이었다. 분명히 누군가가 지적할텐데.......
놀랍게도 출판사 견학을 온 초등학생들이 도와주었다.
디자인실에 들어온 초등학생들이 내 자리를 지나치며 단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가!
또박또박  '런.던.을.속.삭.여.줄.게' 라고 읽었다. 감동이었다.
우리가 항상 예민해하는 '가독성' 문제는 검증되지 않은 그저 우리의 감일 뿐이다.
설득을 하려면 검증해야 하는 것이다. 표지 컨펌을 받는 자리에서 나는 검증했다.
고마워 얘들아. ㅠㅠ

각장 대문(도비라) 디자인과 차례 페이지를 마무리 하고서 오랜 여정을 끝냈다.
각장 대문은 표지 사진으로 찍었던 컷들을 실루엣으로 따내 '속삭이다' 컨셉을 일관되게 표현했다.
장소와 사람, 패턴을 조합해서 현실적인 시간과 공간이라기 보다는
상상의 시간과 공간으로 보이게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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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대문 펼침면

명확한 컨셉, 분명한 '말 한마디'는 디자인을 일관된 방향으로 이끈다.
물흐르듯.

2010/07/21 18:56 2010/07/21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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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읽은이 | 2010/07/22 13:08 | PERMALINK | EDIT/DEL | REPLY

    이렇게 듣고 책을 다시 보니 무언가... 비밀을 알게 되서 더욱 책과 친해진 느낌입니다 ^^ 잘봤씁니다~ 앞으로도 이런글 많이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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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숲 직원들의 이야기 - 오픈캐스트 발행 :: 2010/06/04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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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opencast.naver.com/PS5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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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04 17:56 2010/06/04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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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소통하는 디자인을 위해 - 북디자이너 권으뜸 :: 2010/06/04 09:27

호리호리한 여자 정원사들이 가득한 디자인팀 안에서도 그녀는 유독 가냘프게 보입니다.
하지만 그런 유약해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그녀의 목소리는 다부지고 또릿또릿합니다.
이야기를 나눌 때 초롱초롱한 눈으로 상대를 바라보는 그녀,
그녀의 손에선 어떤 디자인이 피어날까요?
여러 가지 궁금증을 안고 그녀와 인터뷰를 진행해 보았습니다.
인터뷰. 오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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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숲 북디자이너 권으뜸>

Q. 안녕하세요. 먼저 북 디자이너가 되신 계기를 이야기 해 주세요.
무엇보다 어머니의 영향이 컸던 것 같아요. 어머니께서 디자이너시거든요. 패션 디자인이랑 웨딩 디자인을 하셨거든요. 어머니께서 일을 하시면서 힘들어 하시는 걸 바로 곁에서 봐왔던 터라 디자인이란 걸 하기 싫었던 점도 있었어요. 그래서 순수미술 쪽을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다양한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는 학문이라서 결국 디자인을 선택하게 된 것 같아요. 지금은 장르 구분이 무의미해졌지만.

Q. 그럼 특별히 좋아하시는 화가가 있다면?
전엔 인상파를 좋아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취향이 바뀌더라고요. 지금은 호안 미로와 파울 클레가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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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안 미로와 그의 작품>

Q. 여태까지 본 책 중에 가장 맘에 드는 디자인의 책은?
전 모든 인쇄물은 모두 아름답다고 생각하지만, 굳이 하나 고르라면 허브 루발린이 만든 잡지 <아방가르드>를 고르고 싶어요. 인쇄물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잡지라고 생각해요. 허브 루발린은 제가 좋아하는 디자이너이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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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브 루발린과 아방가르드>

Q. 다른 건 다 버려도, 이 책만은 포기할 수 없다! 하는 책이 있으시다면?
모든 책은 소중해서 몇 권을 선정하기 어려워요. 그래서 제가 인상 깊었던 책으로 이야기하자면,
중학교 때 읽었던, 엘리자베스 마셜 토마스의 <세상의 모든 딸들>.
대학교 1학년 때 우연히 읽게 된,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이 두권은 그 시기에 제 독서의 폭을 넓혀주었던 책이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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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Q. 학창 시절엔 어떤 학생이셨나요? 그때 가지고 있던 꿈이 있으시다면?
말 그대로 ‘꿈꾸는’ 학생이었어요. 장래 희망 란에 ‘아티스트’라고 적어 넣어 선생님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던 적도 있었어요. 대학교에 들어가고 나서 문화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되었어요. <김민수의 문화디자인>을 읽고 영향을 받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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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의 문화 디자인>

Q. 업무 외 시간엔 보통 무슨 일을 하며 지내시나요?
전시나 공연을 보는 걸 좋아해요. 문화 예술에 있어서는 보고 안 보고의 제한을 두지 않으려 해요. 그 중에서도 영화를 가장 많이 보고요. 특히 고전 영화를 좋아해요. 최근엔 <시>가 참 좋았어요. 지루하긴 했지만, 의미가 굉장히 좋은 영화더라고요.

Q. 결혼은 언제 쯤? 자신만의 결혼관과 가족관이 있으시다면?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언제든지? (웃음) 꿈을 위해 살고, 서로의 꿈을 지지해주는 가족을 꾸리고 싶어요.

Q.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이 있으시다면?
평소에 워낙 생각이 많아서 최대한 단순해지려고 해요. 등산을 하거나 연을 날리거나, 그냥 조깅을 하거나. 집중할 수 있는 뭔가를 하려고 하죠. 아, 잠을 자는 것도 한 방법이에요! (웃음)

Q. ‘나에게 책은 OO다’ OO 안에 넣고 싶은 단어가 있다면?
음... ‘세상에 흩어져 있는 말들’! 어디선가 본 글인데, 인상이 깊더라고요.

Q. 끝으로 푸른숲 가족 여러분께 한 말씀.
‘명랑사회 도래를 위해 파이팅!’ 너무 고전적인가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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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04 09:27 2010/06/04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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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푸른숲 북디자이너 김명선 인터뷰 :: 2010/03/31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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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오늘도 운전석에 앉은 채 한숨을 쉽니다. 이미 여러 번 되풀이 해 익숙해진 일이지만 이 때가 되면 긴장이 되는 건 여전합니다. 그녀는 시동이 걸린 자동차가 자신과 마찬가지로 몸을 부르르 떨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립니다. 기어를 당기고, 천천히 페달을 밟습니다. 옵티머스 프라임 같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듬직하게 그녀를 보듬은 그녀의 자동차가 순순히 몸을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글. 홍보팀 김현철

운전석 시트는 이미 따끈하게 데워진지 오래라 이젠 뜨거울 지경입니다. 이마에서 한 줄기 땀방울이 흘러내립니다. 핸들에서 느껴지는 묵직하고 단단한 힘이 핸들을 꺾는 손을 가로 막습니다. 자신이 핸들을 쥐고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핸들이 자신의 몸을 잡아 비트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푸른숲 빌딩 옥상에서 몽돌이가 힘내라는 듯 코를 난간 밖으로 내민 채 그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밟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머뭇거리는 사이 페달 위에 어설피 놓여 힘이 꽉 들어간 다리에서 통증이 느껴집니다. 그녀는 탄식을 내뱉습니다. 아아, 베스트 드라이버의 길이 이렇게 험난한 것이었던가요. 왜 일자 주차는 이토록 어려운 건지 모르겠습니다.

옛날 우리 조상님들은 허공에 손가락으로 작은 원을 그리는 것 하나만으로 날아가는 새를 불러들일 수 있었다 합니다. 몸에 밴 살기를 없애고 자연과 일치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살아갔기 때문이라는데요. 서울시의 더러운 공기에 찌들고, 그보다 더 지저분한 닭둘기를 쫓느라 살기등등해진 마음을 가지게 된 오늘날의 우리. 그러나 디자인팀 김명선 대리님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 푸른숲 마스코트 몽돌이를 춤추게(?) 하는 사람입니다. 평소 몽돌이를 너무 아끼고 사랑해주는, 따뜻한 미소를 가진 그녀를 만나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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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요, 일자 주차는 어렵답니다 - 몽돌이 생각>


평소 푸른숲의 마스코트, 몽돌이를 많이 아끼시는데요, 강아지 말고도 좋아하는 동물이 있으신가요?
  원래 개를 좋아한 건 아니었어요. 집에서 강아지 두 마리를 기르기 시작하면서부터 제가 변하기 시작했지요. 집에서 같이 생활하면서 큰 웃음을 주는 강아지들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는 걸 알게 될 때쯤, 푸른숲에 몽돌이와 몽자가 왔어요. 너무 귀여워서 반해버렸어죠. (웃음) 그리고 걔네들이 점차 커가는 걸 보면서 자연스럽게 큰 강아지의 매력(?)에 빠지게 됐죠. (웃음)

  업무 외 시간엔 보통 무슨 일을 하시며 지내시나요?
  수영을 다시 시작했어요. 고등학교 때 처음 시작했던 운동인데, 몸치인 제가 제대로 하는 유일한 운동이에요. 오랜만에 시작한 건데 한창 재미를 붙였어요. 수영 말고는... 운전 연습! 베스트 드라이버가 목표에요. 그래봐야 2종 오토 면허지만. (웃음) 집에 있는 차 가지고 가끔 출근도 해요. 요새 날씨가 춥잖아요? 운전석이 따끈해지는 게 좋아요. (웃음) 그리고 운전을 하면서 느껴지는 그 긴장감도 좋고. 집에 오면 운동한 것처럼 몸이 풀리면서 노곤해져요. (웃음) 요즘은 일자주차랑 씨름중이에요. 이게 참 어렵더라고요.

  4년 된 남자친구가 있으시다고 들었어요.
  햇수로는 4년인데, 정확히 따지면 3년 조금 넘었지요. 동갑이라 그런지 싸움을 많이 해요. 나이 차이가 있으면 한 쪽이 져 주거나 나이로 누르거나 해서 괜찮을 텐데, 동갑끼리는 그런 게 없거든요. 그냥 이겨야지. (웃음)
  처음엔 친구의 친구로 만났어요. 그래서인지 소개팅이나 그런 거랑은 다르게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연락하고, 자연스럽게 몇 번 만나니까, 자연스럽게 대쉬가 들어오더라고. (웃음) 그래서 자연스럽게 사귀게 됐어요.

  그럼 결혼은 언제쯤?
  글쎄요? 생각을 안 하는 건 아니지만,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웃음) 나는 ‘이 사람이다’라고 생각하는데 가끔 다툴 때에는 참 속상해요. 이런데 결혼을 해도 괜찮은 건가 하는 생각에 좀 망설여지고 고민도 하긴 하지만, 사랑 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잖아요. (웃음) 한결같이 저에게 베풀어주고 챙겨주는 남친이 듬직하고 그래요.

  자신만의 가족관이 있으시다면?
  음... 가족관? ‘간지 나는 가족?’ (웃음) 농담이고요. 서로 존중해줄 수 있는 가족이 됐으면 해요. 어렸을 적 희망사항이 존경할 수 있는 남자를 만나는 거였거든요. 그래서 남자친구가 동갑이라고 해서 친구 대하듯 하는 건 조금 아니다 싶어서, 조심하려고 노력중이에요. 그래서 결혼하면 서로 존경심을 가지고 대하는 가족이 되었으면 해요.

  입사하고 가장 보람찼던 경험은?
  제가 처음 일을 시작한 곳이 작은 출판사였어요. 그 다음에 들어간 회사는 첫 번째 회사보다는 조금 큰 회사였고. 푸른숲은 세 번째로 일하고 있는 회사예요. 처음 회사에 들어오고 얼마 안 지나 한비야 선생님의 책을 준비하게 되었어요. 그때 광고와 홍보물 작업이 마구 마구 밀려드는 걸 보고 참 신기했어요. 베스트셀러가 나오는 회사는 처음이었거든요. 당연히 베스트셀러를 판다는 거대한 일을 맡게 된 것도 처음이었고요. 그 ‘거대한 일’에 일조한다는 게 참 뿌듯했어요. 일하면서도 참 보람찼지요.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웃음)

  앞으로 좀 더 자신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음, 제가 이제 30살이에요. 서른이 된다는 거, 이거 연초에는 몰랐는데, 이제 3월이 되고 나니 나이에 대한 부담감이 생기기 시작하더라고요. 다른 게 아니라 ‘어려 보여요’라는 말에 마냥 좋아할 수 없게 되었죠. 예전엔 마냥 좋았는데 이젠 ‘철이 없어 보이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더라니까요. 나이 값이라는 게 이런 건가 봐요.
  그래서 좀 더 많은 경험을 하고 싶어요. 어릴 때 세상을 좁게 보고 더 넓게 보지 못한 게 후회가 되거든요. 일에서도 그래요. 디자이너라고는 하지만 스스로 정식 디자이너라고 하긴 부끄러우니까. 좀 더 자신에게 당당해지고 싶어요. 그러니까 좀 더 열심히 배워야지요. 아직도 배울 게 너무 많아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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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 천지가 된 푸른숲 사옥 앞에서 한 컷!>

  김명선 대리님은 항상 ‘성장’을 염두에 두고 노력하는 성실한 사람이었습니다. 힘든 일이 있으면 몽돌이와 대화(?)를 나누며 스트레스를 푼다는 그녀. 천진난만함 속에서도 성장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고 항상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그녀의 모습이 아름다워 보입니다.

2010/03/31 18:18 2010/03/31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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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사 일기] 여지껏 숲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 :: 2010/03/05 21:12

봄이다.
출근 준비를 하며 오늘은 날씨가 어떤가 하고 밖을 내다 본다.
어젠 비가 왔는데, 오늘은 하늘이 맑다.
마당에 쌓였던 눈이 흔적도 없이 녹고,
얼었던 흙이 녹아 촉촉하니 흙 제 본래 색을 뿜고 있다.

아, 이 스르르 녹아 편안한 느낌!

흠~
확실히 봄 흙 냄새야.
주말에 동네 공원에 가면 나뭇가지에 솟은 새싹들을 볼 수 있을테지.

신도시 주변 아파트에 살 적엔 이 맛을 몰랐다.
회사를 오가며 남들 입는 대로 철 따라 옷을 바꾸어 입었고,
그저 가로수 잎 색이 바뀌고, 떨어지는 걸 보며 계절을 느꼈다.

원래 도시에 살면 그런 거지 뭐 했다.
그러다가 건강이 좋지 않은 딸에게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주택으로 이사했다.

아내가 둘째를 가졌을 무렵이었다.
작지만 늘 맘에 그리던 마당이 있었고, 어린 시절 뛰놀던 그런 골목이 있었고,
숲이 울창한 공원이 가까이 있었다.

우리는 바람 많이 부는 날과 몹시 추운 날을 빼고는 늘 골목길을 걸어 공원엘 갔다.
둘째가 태어난 뒤론, 둘째를 업고 딸아이 손을 잡고서 또 다녔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나와서 걸었다.

비가 오면 비오는 날 대로, 눈이 오면 눈이 오는 날 대로 좋았다.
그런 날, 공원 숲엔 사람이 적어 한적했고, 공기 속에 실려오는 모든 냄새가 진하고 생생했다.

잠자던 모든 감각이 살아났다.
작년에 셋째가 태어났다. 올 봄부턴 셋째를 업고 첫째와 둘째 손을 잡고 숲으로 갈 거다.
여지껏 숲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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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내가 좋아하는 그림책 한 권이 있다.
이 아이 이름은 '코우'. 초록색 가방 안엔 도토리가 가득 들었다.
그 중에서도 코우가 가장 아끼는 도토리는 '토리'다. 도토리 엉덩이에 '토리'라고 써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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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를 떽떼굴 굴리며 달리기 시합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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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에도 토리와 나가 놀고, 물놀이도 같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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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되어 코우는 도토리를 줍다가 그만 토리를 잃어버린다.
해질녘까지 토리를 찾던 코우는 펑펑 울며 집으로 돌아간다.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코우는 토리를 찾으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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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리는 나뭇잎을 젖히고 낑낑대며 엉덩이를 위로 돌려보지만,코우는 끝내 토리를 찾지 못한다.
토리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 또르르 떨어진다. (이 장면 꽤나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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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내 깊은 잠에 빠졌던 토리는 봄에 새싹을 틔운다. 코우도 자라고, 토리도 꽤 커다란 도토리 나무로 자란다.
토리는 언제나 코우가 지나가는 것을 기다리며 지켜본다. 시간이 흘러 집들이 많이 생겨 코우의 집도 보이지 않고, 자동차 소리에 먹혀 코우의 발소리도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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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코우의 발 소리가 다가온다. 어른이 된 코우다.
토리는 깜짝 놀라 도토리를 떨어뜨리고 코우는 도토리 한 톨을 주워 엉덩이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코우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토리를 쳐다보며 "토리?"하고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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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우가 웃고, 토리도 웃는다.
이제 가끔씩 코우가 여기 와서 토리와 함께 하늘을 올려다보곤 한다.
끝~

가슴 뭉클한 인간과 자연의 만남이다.
아이들에게 이런 아름다운 자연의 추억을 주고 싶다.

 

글. 푸른숲 디자인팀 서채홍


2010/03/05 21:12 2010/03/05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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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푸른숲 디자인팀 전윤정 :: 2009/10/15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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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 있어 푸른숲 디자인실은 ‘정글’의 느낌을 주는 공간이었어요. 켜켜이 쌓여 있는 디자인 자료들이나, 가끔 사무실 문 사이로 새어나오는 음악소리, 책상 위에 문득문득 보이는 소품들. 멀리서 보면 그저 하나로 푸른데 가까이서 보면 각양각색의 나무가 섞여 있는, 그야말로 정글이라고 여겨질 만 했죠. 사무실에 앉아서 업무를 하고 있다 보면, 그‘정글’안에서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려올 때가 있어요. 그 웃음소리는 이윽고 따라붙은 다른 디자인팀원들의 웃음소리와 함께 섞여 멋진 하모니를 이루어 냅니다. 오늘 만나볼 분은 그 하모니를 주도하시는 '디자인 정글의 여자 타잔'이세요. 바로 디자인팀의 전윤정 과장님입니다. 
글. 홍보팀 김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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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스 만점의 캐리커처(디자인팀 윤정우님 작품)
그림 밑의 글씨에서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 합니다

Q. 북 디자이너가 되신 계기가 있으시다면 말씀해 주세요.
A. 처음부터 북 디자이너를 할 생각이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전엔 광고 홍보물을 디자인하는 일을 했어요. 리플렛이나, 소책자 뭐 그런 거. 그러다가 우연히 출판사에 면접을 보게 되었죠. 지금까지의 회사와는 다른 환경을 보고 이 일이라면 평생(?)해도 되겠다 싶었어요. 그리고 지금까지 계속 하고 있는 걸 보면 제 적성에 나름 맞나 봐요. (웃음)

처음엔 호탕하신 목소리만큼 굉장히 단단하신 분일 거라 생각했는데, 전윤정 과장님은 인터뷰에 익숙하지 않으신지 굉장히 수줍어하시는 모습을 보이셨어요.  '타잔' 보다는 '제인'에 가깝다는 느낌이랄까요? 어색해하시는 전 과장님께 미팅 나와 상대 프로필을 캐묻는 작업남의 마음으로 다음 질문을 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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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숲의 제인을 파헤쳐 보려 노력하고 있는 1人>


Q. 감명 깊게 읽은 책이 있다면?
A. 사회생활을 오래하다 보면 인간관계의 소중함을 가끔씩 잊을 때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힘든 경우도 생기고 그렇죠. 그런 힘든 시기에 있었을 때 『뜨거운 관심』이라는 책을 예전에 다니던 회사의 팀장님이 권했어요. 제가 그 당시에 참 힘들었나 봐요. 그 책에 담긴 이야기가 와 닿더라고요. 저에겐 큰 도움이 된 책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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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관심 - 소중한 사람을 놓치지 않는 1%의 힘>


Q. 과장님의 어린 시절은 어떠셨나요?

A. 철부지 때엔 사람들 앞에서 노래 부르고 춤추는 걸 좋아했대요. 철이 들고 나서는 그게 ‘쪽팔리다’라는 걸 알아서 잠잠해졌지만. 고등학교 때엔 수업하다 심심하면 선생님이 분위기 전환하려고 노래시키는 애들 있잖아요. 그게 저였어요. (웃음)

과장님의 웃음소리가 점점 커져갔습니다. 인터뷰 분위기에 적응이 되셨는지 질문이 식상한 거 아니냐며 핀잔을 주기도 하셨습니다. 하지만 융통성이 없는 게 신입사원 아니겠습니까. 계속 뻔한 질문을 던져보았습니다. 과장님이 멋지고 재미있는 대답을 해주실 거라 믿으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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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게 웃으시는 전윤정 과장님>

Q. 북 디자인의 매력은 어디에 있을까요?
A. 책은 소장가치가 있는 물건이잖아요. 홍보물은 단발성이 강하고, 일회용이란 느낌이 많아요. 길가에서 나눠주는 광고 인쇄물이 길거리에 툭툭 버려지는 걸 볼 때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고요. 그런데 북 디자인은 안 그래요. 작품을 창조하는 느낌이거든요. 미술가나 다른 예술가처럼 자신의 작업을 남기는 점에서 보람을 느껴요.

처음에 제 이름이 책에 찍혀 나왔을 때 그거 빼달라고 했어요. 부족한 책에 이름을 남긴다는 게 너무 부끄러웠거든요. 물론 지금은 안 그래요. 이력이 중요하거든요. (웃음) 무엇보다, 내 아이에게 “엄마가 만든 책이야”하면서 보여줄 수 있고, 아이가 엄마를 자랑스러워하는 직업을 가진 게 뿌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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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과장님의 아드님, 한재희 군>


Q. 디자인이 가장 매력적인 책을 뽑는다면?
A. 음, 그때그때 감탄하는 건 많아요. 그런데 디자인은 시류를 따라가기 때문에 지금 생각해서 딱 이거다, 하면서 뽑는 건 어려운 것 같네요. 이석훈 디자이너의 책을 좋아해요. 빈틈이 없는 게 매력이죠. 타이포나 디자인이나 짱짱하게 짜여져 있다는 느낌이에요. 완성도가 높지요. 저한테 없는 걸 가지고 있는 것 같아서 부럽기도 하고요.


Q. 디자이너로서의 꿈이 있으시다면?
A. 아이가 컸을 때, 제가 디자인한 책을 가지고 함께 얘가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엄마가 하는 일에 대해서 같이 이야기하고, 그 가운데 자연스럽게 흥미와 존경을 가지게끔 하는 것이 제 꿈이지요.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하는 일은 문화적인 일이니까요. 그만큼 장래성이 있지요. 제가 어린이 책 디자인을 하고 있는 것도 이것 때문이라 생각해요.


Q. 마지막으로, 푸른숲 식구들에게 한 말씀.
A. 서로 모르고 지냈던 사람들이 책을 통해 친구처럼 지낼 수 있다는 게 대단한 일인 것 같아요. 푸른숲이 계속 사랑해주시는 독자의 힘으로 더욱 발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방문, 의견, 글 모두 환영합니다. 응원해주세요.

2009/10/15 11:58 2009/10/15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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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amak26 | 2009/10/20 16:48 | PERMALINK | EDIT/DEL | REPLY

    철부지 때엔 사람들 앞에서 노래 부르고 춤추는 걸 좋아했대요. 철이 들고 나서는 그게 ‘쪽팔리다’라는 걸 알아서 잠잠해졌지만. --- 우하하, 이게 딱 전과장님의 모습입니다. 인터뷰 읽다가 소리내 웃어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네요.
    미스전 당신이 있어, 제가 외롭지 않아요.

  • samak26 | 2009/10/20 16:48 | PERMALINK | EDIT/DEL | REPLY

    철부지 때엔 사람들 앞에서 노래 부르고 춤추는 걸 좋아했대요. 철이 들고 나서는 그게 ‘쪽팔리다’라는 걸 알아서 잠잠해졌지만. --- 우하하, 이게 딱 전과장님의 모습입니다. 인터뷰 읽다가 소리내 웃어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네요.
    미스전 당신이 있어, 제가 외롭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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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허삼관 매혈기> 북디자이너 윤정우를 디자인하다 :: 2009/04/03 18:19

<허삼관 매혈기> 북디자이너 윤정우를 디자인하다

푸른숲 디자인팀 윤정우 과장님을 촌철살인의 한마디로 표현해보라는 말에 다들 약간의 시간이 걸린다. 이유는 두 가지 중 하나로 추측해 볼 수 있다. 카멜레온처럼 다채로운 색깔을 가지고 있거나, 캐릭터가 약한 인물이던가... 아니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돌아올 후환이 무서워서 은근히 표현하기를 조심하는 눈초리다. 30분 후에 돌아온 디자인팀의 자필 롤링 페이퍼에는 이를 어느정도 입증할 단서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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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탄. 깜짝 주변인 인터뷰 - 그녀를 말하라

디자인팀이 롤링 페이퍼에는 그녀에 대한 여러가지 성격이 담겨있다. 카리스마, 완벽주의, 하이킥, Cool, 담배, 연애 경험X, 뚫어지게 쳐다보기 등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겠지만 뭐 사실 인터뷰하는 본인도 슬슬 두려워진다. 카리스마 넘치는 눈으로 뚫어지게 쳐다보며 질문이 마음에 안 들면 거침없는 하이킥으로 강타할 그녀를 떠올리면서 인터뷰 상대로 왜 그녀를 선택했는지 나의 선견지명에 아낌없는 야유를 퍼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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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탄. 빨간 방, 새빨간 인터뷰

인터뷰는 그녀가 좋아한다는 푸른숲 2층 빨간방에서 이루어졌다. 다소 컨디션이 안 좋아 사진 찍기를 10초 정도 거부하더니 머리를 쓱~ 한번 만지고 나자 바로 사진 찍기에 훌륭한 자태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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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북디자이너가 된 과정은 매우 독특하다. 고등학교 때는 이과를 선택했지만 대학교는 문과인 철학과에 들어 갔다. 그리고는 졸업 후에 예술계의 카이스트라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디자인과를 거쳤다. 한예종 학보사에서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친구로부터 "너는 철학적인 소양을 가졌으니 출판사나 잡지사에 취업하는 것이 좋겠다" 라는 조언을 듣고 디자인 회사, 민음사, 열림원을 거쳐 푸른숲까지 오게 되었다고 한다.

푸른숲에서 일하게 된 계기를 묻자 그녀는 철학과 출신답게 자신의 회사를 고르는 나름대로의 철학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는 회사를 고르는 철학이 있어요. 보수가 좋다든지, 보수가 적으면 근무시간이 적어야한다든지, 아니면 상사와의 코드나 사장님의 마인드가 회사 결정에 있어 중요하죠" 그리고는 푸른숲은 사장님의 마인드가 좋고 직원들이 착하고 순수하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한다.

그녀는 운동을 너무 좋아해서 스스로 "운동은 아름다워"라며 연신 찬양을 했는데, 특히 수영은 그녀가 지금도 하고 있는 특기 종목이다. 푸른숲과 물개가 다소 어울리지 않지만 그녀를 캐릭터로 그리자면 물개가 아닐까 싶다. 또한 그녀는 아무리 바빠도 1년에 여행 한 번은 꼭 간다. 여행을 가지 않으면 풀냄새가 너무 그리워서 견딜 수 없다는 것. 그녀의 대답에서 하이킥, 카리스마는 온데간데없고 허리를 굽혀 풀꽃 냄새를 맡는 한 소녀의 모습만 남는다.

마지막으로 넘어갈 수 없는 질문, 그녀의 이성관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디자이너이기에 집요하게 남자의 디자인적인(?) 요소를 집중 유도했지만 그녀에게 돌아온 대답은 외면이 아닌 지극히 내면에 관한 철학이었다. "말이 통하고 코드가 맞는 남자가 좋아요. 보수적인 남자는 딱 질색이죠. 그리고 외모에 대해서는 특별히 선호하는 부분은 없지만 적당히 꾸미는 남자면 좋겠어요."
연애 경험이 거의 없다는 천연기념물 윤정우 과장님. 그녀 시집 보내기~ 앞 길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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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탄. 북디자인에 대해 묻다

그녀에 대해 푸른숲 카페에서 공모한 "북디자이너 윤정우에게 문고 싶은 질문"은 대략 서른 가지가 넘는다. 대부분은 북디자인에 관한 질문으로 카페 가족들이 표지 디자인에 대해 얼마나 많은 관심이 있는지를 말해준다. 이제부터 카페 가족들의 1:1 질문을 통해 그녀가 생각하고 있는 북디자인에 대해 알아보자.

Q. 지금까지 대략 몇 권의 북디자인을 하셨나요? 기억에 남는 디자인은?

A. 아마 100권은 넘게 디자있했겠죠? 기억에 남는 디자인은 푸른숲에서는 <허삼관 매혈기>. <허삼관 매혈기>는 책의 내용도 마음에 들고 표지도 잘 나왔어요. 이는 마치 가수가 작곡가에게 좋은 곡을 받은 것 같은 느낌이죠. 뿐만아니라 시장에서 좋은 반응과 디자인에 대한 좋은 평가를 받는다면 더욱 좋겠죠. 다른 회사 표지로는 “어쩌면 사실일지 모르는 크레이지 아이디어” 가 특별히 기억에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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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표지 디자인을 할 때 주요 포인트와 디자인 작업에 걸리는 시간은 어느정도인가요?
A. 완성된 짜임새와 느낌. 내용을 반영한 강약입니다. 디자인을 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컨디션과 중요한 연관성이 있는데요. 컨디션이 좋으면 2~3일 정도이고 길어도 1주일 안에는 1차 시안은 완성됩니다.

Q.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 어떻게 하시는지?
A. 그 장르의 다른 책의 디자인을 찾아봅니다. 오프라인 서점에 가서 관련 도서를 보다보면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경우가 많아요. 스트레스가 쌓이면 수영, 자전거, 등산 등을 합니다.


Q. 윤정우 과장님께 책이란 무엇이며 최근 읽은 책을 소개해주세요.
A. 책은 시간 때우기, 문화생활의 일종, 자극 받는 무엇. 최근에 읽은 책은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이라는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소설입니다.

Q. 어떤 책을 만들고 싶으신지요.
A. 내용도 맘에 들고,  디자인도 맘에 드는 책, 과대 포장 되지 않는 책이요. 디자이너인 제가 봐도 내용은 별로인데 디자인으로 판매되는 책은 배신감을 느낍니다. 회사에 녹을 먹기에 어느 정도는 어쩔 수 없지만 내용도 좋고, 디자인도 맘에 들고 대박까지 난다면 디자이너로서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죠.

Q. 어떤 디자이너가 되고 싶으신지요.
A. 완성도 높은 디자이너. 잘하는 디자이너. 누구나 믿을 수 있는 디자이너요.

Q. 요즘 유행하는 표지 디자인의 경향이 있나요?
A. 예전에는 캘리그라피(손글씨)가 유행을 했고, 얼마 전에는 예쁜 일러스트 그림이 들어간 표지들이 많이 나왔는데요. 요즘은 이 두 가지가 나름대로 완성도 있게 표현되는 것 같습니다.

Q. 푸른숲 북디자인의 색깔이라는 것이 있나요?
A. 타 출판사의 경우 표지에 어떤 경향이란 것이 어느정도 존재합니다. 특히 요즘에는 표지를 빨리 뽑아내야하기 때문에 속도가 그 틀을 만든다고도 볼 수 있지요. 푸른숲은 다양성을 매우 존중하는 대신에 완성도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다소 출간이 지연되는 경우도 많아요. 마케팅이 중요한 시대에 '출간 속도냐 책의 질이냐'가 중요한 변수가 되지만 저희는 책의 질에 좀 더 무게를 둔다고 보시면 됩니다.

Q. 표지 디자인 채택에 있어 작가의 관여 정도는 어떤가요?
A. 당연하겠지만 지명도 높은 작가의 경우에 표지 디자인에 관여를 많이 합니다. 아마도 표지가 작가의 얼굴이라는 생각을 하기때문인 것 같구요.

Q. 웹디자인과 북디자인의 차이는? 웹디자인도 같이 하시나요?
A. 웹과 북은 감각의 차이인 것 같아요. 푸른숲에서 웹이벤트 페이지는 북디자이너들이 맡고 있기 때문에 웹디자인도 병행한다고 볼 수 있죠. 물론 웹디자인 파트가 따로 있는 출판사도 있습니다.

Q. 모방의 욕구까지 부채질했던 단 한 권의 표지 디자인은?
A. 오진경, 오필민, 민진기, 조혁준, 이석운씨의 디자인은 다 좋아요. 특히 오진경씨의 표지 디자인이 저에게 자극을 많이 줍니다.

Q. 처녀 작품을 공개하실 수 있나요?

황금가지 출판사에서 작업한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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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탄. 디자이너의 책상 엿보기

과연 그녀의 책상은 어떨까? 북디자이너의 책상을 엿보는 코너를 잠시 가져본다. 많은 사진을 찍었지만 스크롤의 압박 때문에 몇 컷으로 갈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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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탄. 칭찬과 격려로 그녀를 디자인하라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마찬가지로 사랑이 담긴 독자들의 응원과 격력는 그녀를 최고의 디자이너로 디자인할 것이라 감히 생각한다. 윤정우 과장님에 대한 30개가 넘는 가족들의 질문이 있다면 30개가 넘는 그녀에 대한 칭찬과 격려가 쏟아졌다. 요즘에 생략과 축약이 미덕이라지만, 도통 그 능력은 젬병이라서 가족들의 격려의 한마디를 대부분 옮겨 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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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많은 분들의 글이 있네요. 하하. 보람되고 생각보다 훨씬 예리한 독자들의 눈이 무섭기도 합니다. 앞으로 저 역시도 더 많은 공간을 채울 좋은 디자인을 계속 했으면 좋겠어요. 고맙습니다. - 윤정우

인터뷰이 - 푸른숲 디자인팀 윤정우
인터뷰어 - 푸른숲 홍보팀 오성훈

2009/04/03 18:19 2009/04/03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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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른숲 위화 개정판 블루스

    Tracked from readordie.net | 2009/04/08 13:13 | DEL

    중국 문학 작품의 연이은 출간 때문에 몇몇 신문에서 호들갑을 떨었더라만, 성깔 나쁜 내 눈에는 (그런 글들 안에 들어앉은) 일본 문학 붐(?)을 못내 못마땅해하는 기자들의 속좁은 중국사대(...

  • 띠보 | 2009/04/09 14:57 | PERMALINK | EDIT/DEL | REPLY

    직원간 칭찬이 30개가 넘다니..와...
    빨간방도 구경하고 싶어요~

    • 푸른숲 | 2009/04/09 17:53 | PERMALINK | EDIT/DEL

      안녕하세요. 띠보님.
      직원간 칭찬은 아니구요. 푸른숲 카페라고 푸른숲 출판사 네이버 커뮤니티의 독자들의 격려와 칭찬입니다^^ http://cafe.naver.com/prunsoop

    • 띠보 | 2009/04/09 23:43 | PERMALINK | EDIT/DEL

      아핫 제가 잠시 착각을 ;;;
      블로그를 더 자주 이용하겠지만
      카페는 낼름 가서 가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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